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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히 Feb 20. 2023

자네 미술 해볼 생각 없나?

혼자 일합니다만, 괜찮습니다 


 

중학교 때로 거슬러간다.  나에게 "미술"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그때. 

 초등학교 때 미술을 좋아했는지 뚜렷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예체능 쪽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에 올라가자 1학년이 되던 해 미술 선생님은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다. 미술 선생님은 미고 진학을 해보는 게 어떠신지 추천했다. 엄마는 딱히 하고 싶어 하는 게 없어 보였던 나에게 옳다구나 하며, 그 추천을 덥석 무셨다.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미고(미술고등학교) 준비를 시작했다. 

기대와는 반대로 입시 미술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조용한 미술학원엔 고등학교 언니·오빠들이 가득했고, 미고를 준비하는 건 나뿐이었다. 생각보다 외롭고 조용한 실기실은 나에게 흥미를 주지 못했고 가장 큰 문제는 나는 미고를 갈 수 있는 공부 실력이 안 되었다. 평균 80점을 넘어야 한다는데 80점은 나에게 너무 높은 산이었다. 그렇게 나는 3개월 준비 끝에 미고를 포기하고 일반고 진학을 하게 된다. 

고등학교 1학년 미술 시간. 미술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고 나를 교무실로 불렀다. 선생님은 나에게 미대를 가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았다. 데자뷔였다. 왜 이렇게 다들 나한테 미술을 하라는 걸까? 여전히 나는 공부 실력이 되지 않았고, 무언가 하고 싶은 게 뚜렷하게 있지 않았다. 그래도 미술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영어, 국어 시간보다 나는 체육, 미술, 음악 시간이 좋았다.  그중 체육, 음악은 좋아하지만, 나의 재능이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 그래.. 다들 추천하는 이유가 있겠지. 나는 부모님께 이 이야기를 전달했다. 고2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고, 이과, 문과, 예체능과 중 예체능으로 전공을 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2년의 세월을 미대를 위해 준비했다. 그러나 여러 선생님의 추천과 기대와는 다른 게 나는 3수 끝에 미대에 진입하게 된다. 


우여곡절은 나중에 다른 이야기로 다루겠지만, 어찌 됐든 미대를 입성했다. 미대를 진입하고 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예술의 혼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대학 4년 동안 100점이 넘는 작품을 만들었다. 미술에 관한 분야의 수업은 거의 다 들을 정도로 미술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높았다. 나의 호기심과 열정, 즉 좋아하는 것이 잘하는 것과 만났을 때 그 시너지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저절로 아침에 눈이 떠지고, 그림의 몰입하는 순간엔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 결과도 좋았다. 대회도 나가고, 장학금도 받고, 과 1등으로 졸업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추천이 나를 이곳까지 흘려보냈다. 그때 두 선생님께서 나에게 미술을 추천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어디로 흘러갔을까? 다행인 건 과거를 돌이켜봐도 나는 미술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쪽은 돈이 되지 않아서, 세상의 쓸모가 크지 않다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변인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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