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한테 배웠니?
7살 찬누리랑 한글 공부 중이었다.
어제 공부한 거 다시 읽어 보자 했더니, "잠깐만~"하고 사라진다.
"어제 공부한 거 다시 읽어 볼까?"
"가족"
"낙지"
"잠깐만~" 하고 또 일어선다.
"어서 와~ 뭐 하는 거야?"
"여기부터 다시 해 보자"
"폭포"
"잠깐만~"
.....
.....
한글책 1쪽 읽는데 '잠깐만'을 다섯 번은 외친 거 같다. 한숨이 나왔다.
'왜 자꾸 들썩들썩하는 거야~'
아이가 들썩이는 거 못지않게, 내 시간도 헛되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런데, 아이를 기다리는 찰나에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
'잠깐만~ 이건 누가 쓴 말이지? '
누구긴 누구야? 다 내가 쓴 말이다.
내가 아이가 부를 때마다, '잠깐만~'이라고 외쳤다.
'설거지만 끝내고, 물건 주문 중이야, 메시지만 좀 보내고, 빨래 좀 널고, 조금 있다 놀아 줄게'
아이를 항상 기다리게 했다. '잠깐만~'이라면서
오늘따라 유난히 아이가 잠깐만이라는 말의 빈도를 높게 사용하자 파노라마처럼 스치는 장면들에 내심 놀랐다.
아이들이 하는 말 중에 거슬리는 말이 있다. '누가 쓰는 말일까?' 엄마 아빠일 확률이 높다.
얼마 전부터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특히, 집에서 아이에게 내가 하는 말!
아이가 집에서 들은 대로 밖에서도 할 거라 생각하니, 더 예쁘고 고운 말을 들려주어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어른이나 아이나 내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온다. 아이에게 존중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머리로 생각하면서도 실전에는 어김없이 습관대로 나오는 말 덕분에 오늘 내가 제대로 깨달았다. 예전 같았으면 잠깐만을 외치는 아이에게 "자꾸 잠깐만 잠깐만 하면서 일어설 거면 하지 마, 엄마도 하기 싫어!"라고 했을 것이다.
잠깐만~ 하고 일어서는 것이 나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그냥 기다렸다.
더 이상의 명령, 지시, 비난 없이 오늘 분량을 마쳤다.
아이에게 어떤 말을 들려줄 것인가?
내게 온 손님 같은 아이에게 좋은 말을 들려주고 싶다. 존중의 말을 건넬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해야겠다.
'잠깐만~'으로 힘들었던 건 아이가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