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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they go low, we go high

트레바리 GD-셋토 2020년 4월 모임 독후감


코로나 정국이 됐고 GD-셋토 1-4 시즌 클럽 또한 (미루고 미뤄진) 이번 세 번째 모임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이번 독후감에선 문체를 조금 달리 하고, 책 내용보다는 하고 싶은 얘기를 적는 방향으로 써볼까 합니다.




두 시즌 동안 GD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주기적으로 분노할 일이 일어나는 가운데 멘탈 잡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며 시즌을 함께한 멤버들 모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단톡방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N번방 사건에 대해 잠시 언급하겠습니다. N번방 사건 자체는 당연히 순도 100% 젠더 이슈입니다. 하지만, N번방 가담자들을 일벌백계 하는 문제도 과연 젠더 이슈일까요?




대한민국은 성장을 거듭하며 코로나 시국임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선진국이 됐습니다. 하지만 청산하지 못한 과거 때문에 여전히 발목 잡히고 있는 문제들도 산재해 있죠. 거슬러 올라가면 친일파부터 시작해서, 광주 학살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 커녕 출소 후에 다시 제왕적 삶을 누리고 있는 전두환, 용산 참사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은 이명박 등등.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무죄' 판결을 받은 김학의에 이르면 정말 할 말을 잃게 됩니다. 과연 이런 나라에서 N번방 엄중 처벌은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감과 무력감에 빠져듭니다.




두 시즌, 약 8개월 여의 시간 동안 '페미니즘'의 정의에 대해 다음 문장 이상으로 적확하게 표현한 것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에서 임경선 작가가 쓴 문장입니다.




"페미니즘은 불공정한 것에 대한 필연적인 저항이다."




굳이 한나 아렌트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악을 행하는 일은 너무나 쉽고 너무 저열합니다. 권김현영 선생님은, 숙명여대 트렌스젠더 입학 이슈 때 "혐오하는 건 쉽다. 하지만 쉬운 일이 위대할 리 없지"라고 쓰신 바 있습니다. '헬조선'의 페미니스트들은, 이땅의 여성들은 늘 차별받았고 늘 억압됐고 늘 소외돼 왔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기지개를 켜고 한마디 해보려고 하는데 '여성 문제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라든가, '오히려 지금은 역차별의 시대'라든가 하는 식의 망언 폭격을 사방에서 당하다보면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입니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미쉘 오바마의 명언입니다. 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저급하게 나올 것이 분명하지만, 우리는 품위 있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역사는 언제나 옳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가혹하고 악인에게 관대합니다. 옳은 일을 행하는 건 어렵지만 그래서 가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겨운 싸움에도 지치지 않길, 힘든 와중에도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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