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내용은 카톡서 확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안전안내문자' 보내 카카오톡 서비스 홍보?
정부 부처에서 사기업 서비스인 카톡 먹통 사태 사과하는 것 온당한가
병무청 입영통지서부터 건강검진·전기요금·각종 고지서까지 대한민국 카톡 의존도 '심각'
[아시아타임즈=이영재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7일 오전 9시께 보낸 '안전안내문자'가 논란이다. 과기부는 '△카톡메시지, 카카오T·내비 주요기능 이용불편 없으십니다 △메일·검색 등 복구 중입니다 △상세 내용은 카톡 상단에서 확인 가능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일괄 발송했다.
이를 놓고 여론의 반응이 따갑다. 이같은 문자를 수신했다는 직장인 A씨는 "지금 이 지경이 된 상황에서 이건 정부가 카카오를 홍보해주는 것 아니냐. 왜 안전안내 문자에 카카오 상황 중계에 쓰느냐"고 꼬집었고, B씨는 "정부가 무료인 카톡을 아무런 대안 없이 주요 업무에 활용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카톡의 성격이 대체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번 카카오 사태는 '국민앱' 카카오톡이 지난 15일 15시 3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내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먹통'이 되면서 수면위로 올라왔고, 이후 복구지연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화재사고 하루 뒤인 16일 오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사기업 서비스인 카카오톡 먹통 사태에 "어제 발생한 서비스 장애로 국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드리게 된 데 대해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관련된 대통령실 입장이 반영된 조치라는 분석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매우 무겁게 느낀다"면서 부처 차원 대응을 주문했고, 과기정통부는 16일 오전 11시 15분부터 방송·통신 재난상황실을 이종호 장관 직속 방송·통신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기업 서비스인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정부 부처에서 나서 사과하고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공지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인지 문제를 제기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는 카카오톡 메시지 서비스가 사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임에도 정부 등 공공기관이 카톡을 대국민 서비스 수단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톡은 수많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일례로 병무청은 2019년부터 현역 입영과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카카오톡을 통해 발송하고 있다.
병무청은 입영 통지서를 병무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먼저 보내고 수신자가 확인하지 않을 경우 2차로 카카오톡을 통해 발송한다고 설명했다.
우편 이용자가 줄고 병무처 앱은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 "통지서 미확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카카오톡 발신을 통해 방지한다"는 입장인데, 이번처럼 카톡 서비스가 멈췄을 때 보완책은 별도로 공지되지 않았다.
정부 부처에서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행정안전부의 국민비서 '구삐'가 거론된다.
국민비서 '구삐'는 각종 생활형 행정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로 △네이버 △카카오톡 △토스 등 7개 민간 앱을 통해 △건강검진 △전기요금 △운전면허 갱신 등 23종의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교통 과태료나 범칙금 납부 기한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정보도 이들 민간 앱을 통해 발송된다.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 복지 서비스 또한 민간에서 서비스하는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복지 서비스 수급자 약 490만 명을 대상으로 개인의 소득·재산·인적 상황 등을 분석해 알려주는 '맞춤형 급여 안내'를 카카오톡 '구삐' 알림톡으로 안내하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오전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이번 주말은 카카오를 쓰는 대부분의 국민들께서 카카오 통신망 서비스 중단으로 인해 많이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카카오는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국가기반 통신망과 다름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국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제도를 잘 마련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보고 체계와 신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과기부 장관에게 직접 상황을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방송·통신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가장 상위 대응 단계"라고 밝히며 "제도적 보완 등을 넘어 디지털 서비스 안정성 강화를 위해 관련 부처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