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안녕.

2020년이 불과 4시간도 남지 않았다. 지난 몇 해 중에도 올 해는 손에 꼽을 만큼 많은 일이 있던 해였다. 아마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세상은 멈추지 않았다. 매달 내야 하는 공과금, 카드값이 사라지지도 않았고, 먹고사는 일은 여전히 중요했다. 

크고 작은 일들이 터져도 여전히 내 인생은 멈추지 않고 굴러간다는 것을, 다음 날 눈이 떠지면 그 날의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다시 한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해도 역시 뜻하지 않은 기회를 만나기도 하고, 따뜻한 배려와 호의를 경험하기도 했다. 올해처럼 철저히 집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경우도 드물었는데, 반대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었다. 

확실히 나는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다. 가장 안 좋은 상황을 먼저 상상하고, 걱정이 많은 나 같은 사람에게도 올 한 해가 그래도 끝나간다는 것, 새해가 오고 있다는 것이 아주 작은 희망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그것,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 당장은 힘들다고 해도 천천히 그렇게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믿어본다. 

2020년, 우연히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덕분에 생전 처음 하는 경험을 많이 했다. 그저 나를 위해서 글을 썼을 뿐인데, 내가 쓴 글을 읽어주고, 공감의 말을 건네주는 사람들 덕분에 느리고 두서없지만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었다. 

스치듯이라도 나의 글을 읽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새해에 많은 복이 함께 하길. 

이제 진짜 안녕.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