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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 Jan 02. 2022

2022년 1월 2일/눈 조금, 하루 종일 맑음

2022년 1월 2일이 되었다. 2021년이 가기 전에 꼭 브런치에 글을 남겨야지, 남겨야지 다짐했지만 결국 해를 넘겼고, 1월 1일은 무조건 다시 시작할 거야! 했지만 결국 1월 2일이 되었다. 그것도 일요일이 끝나기 전에 허겁지겁 마음이 급해져서 책상 앞에 앉았다. 

주말이 되면 하기 싫은 일을 가장 먼저 해치운다. 청소나 빨래, 분리수거, 냉장고 정리 같은 것을 일어나자마자 해치우고 주말이 오면 하고 싶었던 것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야금야금 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이 가장 하기 싫은 일이었다면 주말 아침마다 꼬박꼬박 해낼 수 있었을 텐데. 이곳에 글을 쓰는 일은 특별하다. 좋아하지만 잘하고 싶고, 말을 고르고 골라 신중하고 싶은 일이다. 장황한 핑계는 그만. 그저 게을렀을 뿐이다. 



2021년은 중간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몇 가지 큰 일들이 있었고, 오랫동안 일을 구하지 못했다. 내내 집에서 다시 일을 구할 수 있을까? 불안해하며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여름이 끝날 무렵 3개월의 단기 계약직 업무를 구했지만 그 일은 예고도 없이 출근한 직원에게 해고를 통지하는 곳이었다. 다시 불안한 구직의 시간을 거쳐 생각지도 못하게 일을 구했다. 

너무 오랜 시간 계약직으로 떠돌아다녔기 때문에 정규직이라는 말이 낯설었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형태는 오랜만이었다. 어쩌면 계약직에 익숙해져서 정규직이라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습게도 그랬다. 이곳은 3개월의 형식적인 수습기간만 두고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이 된다고 했다. 3일간의 교육, 회사연혁 소개, 반복해서 이어지는 자기소개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한편으로는 기뻤고,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웠다. 


일을 시작해보고 알았다. 이곳은 일이 너무 매우 정말 진짜 많은 곳이었다. 사람이 늘 매우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기간을 둘 필요가 없었다. 같은 날 입사한 동기가 10명이었고, 교육자는 꼭 다음 날도 10분 모두 뵀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다음 날이 돼서 10명이 모두 출근하면 오! 정말로 다 나오셨네요?라고 했다. 그 말은 분위기를 풀기 위한 농담이 아니었는데 교육기간, 입사 후 일주일 내에 점심시간, 퇴근 후 도망가거나 연락이 두절된 직원들이 꽤 많다고 한다. 

2021년 몇 달간의 무직 기간을 상쇄시키기라도 하듯이 야근이 줄줄이 이어졌다. 한 달에 2번 토요일 근무도 해야 했다. 토요일 근무는 20대에 했던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이후에 처음이다. 일주일 단위로 시간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이제 한 달이 좀 넘었다. 여전히 회사는 바쁘다. 9년 전 다니던 직장도 야근이 많았다. 야근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다 보면 지하철에서 어두컴컴한 창밖을 보고 울컥하고 눈물이 나는 날이 많았다. 몸의 피곤함보다 내 시간이 하나도 없다는 억울함, 서러움 같은 것이 컸던 것 같다. 

나이가 들었는지 한밤 중에 퇴근을 해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서럽거나 억울하지도 않았다. 다만 몸이 너덜너덜하게 느껴질 정도로 피곤할 뿐이다. 예전에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체력이 좋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달이 아직 떠있는 시간에 출근해서 달이 떠있는 밤에 집에 오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2021년이 끝났다. 



삼십 대의 끝자락에 또 한 번 신입사원이 되었다. 여전히 새로운 일을 배우고 있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 나이가 되어도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그저 해가 바뀌어 나이만 먹고, 얼굴만 변해가는 것일 뿐 내 속에는 여전히 10대와 20대의 중간쯤 된 미숙한 내가 있다. 

마음만은 20대예요!라는 것은 어쩌면 나이 든 사람의 멋쩍은 자기변명이 아니다. 40대의 마음, 50대의 마음, 60대의 마음 같은 것이 따로 있는 것 같지 않다. 몸이 늙는 속도에 마음은 한참 따라가지 못한다. 세상이 어른이라고 하니 어른 연기를 하고 있을 뿐 아직도 세상을 능숙하게 살아낼 수 없다.


2022년이 시작됐고 벌써 이틀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아서 고단하기도 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나의 삼십 대의 끝자락.  잘해 보자.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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