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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Jan 05. 2024

먹고 배우고 나눈다

산책하는 진저캣

이웃에 사는 그녀와 나는 목요일마다 만난다.

우리는 두 시간 정도 내 책방에서 함께 그림책을 읽고 수업으로 이어갈 아이디어와 일상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와 나는 닮은 점이 많은데 가식적인 사람을 싫어하고, 배려심 있고 따뜻한 사람을 좋아하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어제보다 발전한 나를 바라고, 가치 있는 시간과 베푸는 삶을 추구하며 인생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는 자세도 닮았다.

반면 우리의 외모는 정반대인데 그녀는 키가 170 정도 되고, 늘씬한 몸매에 탄탄한 어깨를 지녀서 운동 신경이 좋아 보인다. 나는 그녀보다 작은 155cm 정도의 키에 (네이버 프로필에 그렇게 적었다.) 통통한 체격이다. 그녀의 크고 활기 넘치는 경상도 사람의 말투에 비해 나는 조용하고 차분게 말하는 편이다.

어울려 다니는 우리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각각 검은색과 흰색의 롱패딩을 입은 두 여자를 하나는 길게, 또 히나는 찗게 그리면 된다.


초등학생 때 내 단짝의 키는 160 정도로 반에서도 큰 편이었고 나는 148 정도로 중간 정도였다. 우리는 집 방향이 같아서 단짝이 되어 일 년 내내 붙어 다녔는데 주변 친구들은 우리를 꺼꾸리와 장다리라고 불렀다.

중학교 때에는 어쩔 수 없이 키가 작은 앞번호의 친구들과 어울렸다. 교실 뒷 쪽에 앉은 큰 애들은 어설픈 어른 흉내를 내며 화장을 하거나 남자친구를 만나러 다녔기에 어울리기 힘들었다. 그때는 무조건 키 순서로 자리를 정했기 때문에 더더욱 키 큰 친구들을 사귀기 힘들었다.

고둥학교 때 단짝이었던 친구의 키도 나보다 십 센티미터 이상 컸다. 내가 작아서 큰 친구와 어울릴 수밖에 확률이었겠지만 말이다.


오늘 문득, 저렴하게 산 치마를 자랑하려고 일어산 그녀의 늘씬한 키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그녀와 걸을 때 보폭을 맞추느라  숨을 헉헉대며 걸어야 했지만 그렇게 클 줄은 몰랐던 거다.


암튼 그녀는 스터디 때마다 늘 맛있는 간식을 싸 오고 나도 소소한 음식들을 챙겨가곤 한다. 우리는 목요일마다 먹고 배우고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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