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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Feb 01. 2024

자원봉사 2

책방 시나몬베어

지난주에 네 번째 자원봉사를 다녀왔어요. 고학년만 모아서 두 번 수업을 한 다음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아요.


1. 고학년 아이들은 책 읽기를 싫어한다.

- 저학년 때 이뤄져야 하는 독서교육을 못 받았기에 당연하다. 그러니 지난번에 독서수업을 강하게 거부했던 일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2. 자원 봉사자와 아이들을 담당하는 센터 직원과 소통이 필요하다.

- 아이들의 구체적인 상황을 알아야 교사가 말과 행동을 주의하면서 수업할 수 있고 서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의견을 교류하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3. 한 달 동안 어떤 수업이 진행되는지 아이들에게 미리 고지해 주어야 한다.

- 아이들에게 미리 수업 프로그램을 알려주고 설명해서 수업에 흥미와 자발성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4. 지원봉사자는 각자의 재능을 기부하기 위해 오는 것이다.

- 아이들을 지켜보며 케어만 하려고 오는 건 아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게 센터의 직원분들도 아이들에게 약간의 동기부여를 해주면 좋겠다.


사실 바쁘다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며 슬쩍 그만두려고 했다가 결국 봉사 단체 대표님께 제 생각을 솔직히 말씀드렸어요

학습보다는 인성교육을 중점에 두고 케어만 할 생각이었으면 시작을 안 했어요. 저는 대표님과 조금 생각이 달라요 등등...

그런데 참 감사하게도 봉사를 처음 시작하는 대표님도, 아동보호기관의 팀장님들도 모두 새로운 의견에 귀를 열어 주어서 고맙고 좀 놀랐어요. 그래서 그만 두려다가 한 달에 한 번씩은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저에게 어떤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보상만큼이나 중요한 건 과정인 것 같아요.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에너지를 느끼면 제 마음과 행동이 감동을 받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다행히 3월부터는 봉사자들이 늘어나서  지금처럼 매주 가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니 앞으로 점점 체계가 잡히고 아이들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겠죠!

저는 지난번에 독서수업에서 실패를 맛본 뒤, 이번에는 일러스트 수업을 준비해 갔어요.

72색 색연필과 연필, 지우개, 펜 그리고 따라 그릴 수 있는 쉬운 캐릭터를 준비해 갔지요.

놀랍게도 아이들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자신들의 그림에 집중했어요. 서로를 견제하고 질투하는 것 없이 오로지 자신의 그림에만 집중했어요.

뿐만 아니라 그리기 어려운 부분을 제가 도와주었더니 저를 향해 엎드려 절할 듯 존경심을 보였어요. 그림을 그릴 줄 안다는 게 이렇게 멋진 일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날은 그림의 힘을 느꼈고, 가슴 벅찼고 행복했어요.

우리는 그림을 완성한 후 역할극 놀이를 했어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했고 저는 떼쟁이 아이 역할을 했는데 결국은 밥상을 뒤집어엎는 걸로 마무리되면서 배 아프게 웃었어요. 그동안 조금 차갑고 딱딱한 얼굴이었던 아이들이 무장해제가 되어 입을 벌리고 눈물을 흘리며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배시시 웃음이 났어요.

내가 좀 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었다면 더 자주, 더 재미있게 재능기부를 할 텐데.

그런 아쉬움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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