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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Jan 20. 2024

자원봉사

책방 시나몬베어

지역아동 복지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자는 친구의 권유에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독서수업을 하면 된다는 말에 설렜죠.

특히 아직 접해보지 못한 6학년 아이들이라 도전하는 마음이 솟았어요. 첫 시간은 성공적이었어요. 아이들도 대답을 잘했고 읽고 쓰는 것도 무난하게 했어요.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집중해 줘서  뿌듯했어요.

앞으로 책을 읽고 대화하면서 아이들의 부족한 어휘력과 표현력이 길러지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두 번째 시간인 오늘은 최악이었어요. 정말 하기 싫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두 아이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신경전으로 약간의 갈등이 있었던 터라 그 둘의 냉랭한 분위기가 오늘의 힘겨움에 한몫을 했어요.

“그림책은 유치해서 읽기 싫어요.” “학교 공부도 지겨운데 여기까지 와서 책을 읽어야 해요? “ ”그림이 많아서 싫어요. “”글자가 많아서 싫어요. “아, 몰라요.” “책을 읽는 거였으면 오늘 안 왔어요.” “또 독서 수업하면 앞으로 센터에 안 다닐 거예요.” “저는 책 읽지 않고 간식 먹으러 오는 건데 오늘은 빵 이래. 아 짜증 나. “

아이들은 강하게 거부하며 반발심을 보였어요. 정말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과 정말 책을 좋아하는 저의 마음이 부딪혔어요. 속이 상하고 살짝 화도 났지만 꾹 참고 그럼 무엇을 하고 싶냐고 아이들에게 물었고 아이들은 젠가를 들고 왔어요.

그 젠가는 블록마다 질문이 적혀 있어서 대답을 하는 거였어요. 결론은 재미없었어요. 그 애들은 타인의 생각 따위는 듣고 싶어 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대답은 단순했어요. 그래도 이 시간을 최대한 즐겁게 누리고 싶었던 저는 아이들의 손을 어루만지며 얘기에 귀 기울이며 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어요.


문제는 그거였어요. 최선을 다 한 거.

적당히 대충 그 시간을 보내면 되는데 그러지 못한 거.


그래서 생각했죠.

체력적으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을 쪼개어하는데 즐겁지 않고 보람도 못 느낀다면 그만두는 게 맞지 않을까.

봉사단체의 대표님은 나에게 인내심을 더 가져야 하고, 학습은 버리고 아이들의 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봉사를 하기 전에 봉사자를 위한 교육과 준비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졌다면 내가 이렇게 불쾌하거나 당황하진 않았을 텐데. 그럼 내 에너지가 낭비되는 일도 없었을 텐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았어요.

그건 체계 없이 진행된다는 비판의 말로 들릴 테니깐요.


사실 저는 십 대 때부터 혼자서 단체를 찾아가 봉사를 하곤 했어요. 그때마다 내 안에서 매번 부딪히는 건 이 일의 수동적이거나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 화가 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매번 ‘난 봉사자의 자질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그랬어요.

제가 생각하는 봉사자의 자질은 이런 거예요.


봉사자는 꾸준하고 단순반복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

질문과 의문을 품지 말 것.


저에겐 이런 태도가 어려워요.

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고 연결되고 싶어서 봉사를 하는 것이지 시간과 에너지가 남아돌아서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내가 만난 아이들은 당연히 친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요구하는 듯했고, 내가 만난 봉사 단체의 대표님은 당연히 무조건 참고 기다리며 상냥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난 반항심이 든단 말이죠.


내가 왜?

나는 즐겁고 싶고 보람을 느끼고 싶어.

나는 당연히 친절을 베푸는 게 아니야.

나는 이 일을 당장 그만둘 수 있어.

그러니 내가 제공하는 나의 시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마.


여러 생각과 감정이 불끈불끈한데 마땅히 말할 곳이 없네요. 그래서 이렇게 브런치의 문을 열고 푸념을 적고 있네요.

나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니 봉사자의 손길이 부족한 2월까지는 어떻게든 아이들을 이끌어 갈 거예요. 분명 나는 또 부지런히 준비하며 에너지가 고갈되겠지만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겠죠. 난 그런 사람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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