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일상
계속된 일정으로 결국 감기 몸살이 났다.
다행히 비타민 수액을 맞은 후 어지러움과 기침이 조금 나아졌다.
수업도 취소하고 끙끙 앓았는데 아들이 설거지통에 꽉 찬 설거지를 싹 해놓고 압력 밥솥에 밥도 해놓고 본죽까지 포장해 왔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에 걸렸을 때에는 딸이 밥과 반찬을 따로 차려서 문 앞에 놓아두었었지.
나는 어릴 때부터 쭉 몸이 약했다. 그래서 ‘왜 이렇게 약하게 태어났을까? 나는 뭣하러 태어났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자라왔다. 엄마는 자주 아픈 나를 지긋지긋해 하다못해 “누가 그렇게 태어나래? ”하며 냉담하게 대했고 오빠들은 나를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취급했다. 내가
아파서 끙끙댔을 때 조용히 하라며 엄마와 오빠가 발로 찬 뒤로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앓았다.
언젠가 독서 수업 중에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왔다. 나에게 관심이 많은 학생이 “선생님은 어렸을 때 무얼 하며 놀았어요? ”라고 물었다. 나는 웃으면서 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멋지게 포장해서 대답했다.
“선생님은 어렸을 때 몸이 약했어. 그래서 책만 읽었고 그러다 작가가 된 거야.”
포장했지만 영 틀린 말도 아니다.
나는 스스로를 지키고 생존하기 위해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이제는 나를 이렇게 챙겨주는 예쁜 마음의 아들과 딸이 있으니 아프지만 행복하다.
지독하게 외롭고 비참했던 시간들은 바래지고 있다. 언젠가 아이들은 독립하고 나는 홀로 남겠지만 오늘은 이 사소한 행복의 분량에 미소 지을 수 있다.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