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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 Feb 13. 2021

'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4가지

이 글을 쓰는 나는야 사치왕!

엄마와 돈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엄마와 동생이 돈 하면 생각나는 5가지를 각자 적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재미있는 경험인 것 같아서 나도 생각해봤는데, 4가지가 나왔다. 이 글에서는 내가 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4가지에 대해 설명한다.


첫째,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돈은 솔직하다. 돈과 관련된 지수가 오르고, 내릴 때는 모두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모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뭐 어쨌든 이유가 있다. 따라서 이 움직임을 보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현상이 수치로 나타나고, 수치를 해석하면 현상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분석 업무를 하면서 흥미를 느끼는 부분과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돈은 서비스보다 수치가 더 빠르고 극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내가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모두가 그 수치에 대해 해석을 해서 알려준다. 

정말 너무 재미있다. 아마 이렇게 재미가 있는 이유는 내가 그 변화에 휩쓸리는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의 입장에서 구경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마치 수족관 속에서 헤엄치는 빨간색, 파란색 관상어를 구경하는 것 같은 재미이다.


둘째, 있으면 신경 쓰인다.

사실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다. 여러 방법으로 묶여있던 돈이 내 손에 들어왔는데, 너무 신경 쓰이고 괴롭다. 내 손에 쥐고 다루고 싶지 않다. 적금을 들고 있을 때는 계좌에 쌓이는 돈이 내 돈이 아닌 느낌이었다. 그런데 만기가 된 후, 입출금 계좌에 들어오니 갑자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내 돈이 되었다. 적금을 끝냈다! 이런 뿌듯함도 없고, 사고 싶은걸 사야지! 하는 생각도 없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다. 어떻게는 내 눈 앞에서 치워야겠는데, 그 방법을 몰라서 굉장히 신경 쓰인다.

이 부분을 쓰다 보니, 예전에 다른 대상에 대해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이 생각난다. 난 맥주를 정말 좋아하는데, 집에 계속 쌓아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한 번 사서 냉장고를 채워놓으면 그 후에 냉장고가 빌 때 까지는 맥주를 거의 사지 않는다. 맥주는 마시려고 사는 건데, 마시지 않고 계속 쌓여있는 맥주를 보면 맘이 불편하고 빨리 마셔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와는 반대로, 마시고 싶을 때 맥주가 없는 것을 싫어해서 맥주를 항상 어느 정도 수준으로 구비해두는 사람도 있었다. 돈이 수중에 있을 때 느끼는 이 불편함이 어떻게 보면 내가 사물을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인 것 같기도 하다.


셋째, 평소에는 존재에 대해 인지를 못 하는데, 이사할 때가 다가오면 필요한 만큼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일상생활을 할 때, 내가 쓸 수 있는 예산을 생각하고 돈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즉, 돈을 내 삶의 제약 사항이라고 여길 때가 없다. 그냥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카드를 긁고, 케이크도 먹고 싶으면 카드를 또 긁고... 이렇게 쓰다가 한 달 카드값을 확인하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감당 못 할 정도로 쓴 적은 한 번도 없다. 나의 일상을 영위하는데 드는 비용이 아직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것 같다.

하지만 집 계약 만료일자가 다가와서 이사를 생각해야 할 때가 되면 돈이 원하는 만큼 없어서 짜증 난다. 아마 이 시기가 유일하게 돈이 없어서 무언가를 못 하는 때인 것 같다. 뭐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냥 적당히 타협하고, 지하철 역에서 조금 멀고 손이 좀 더 가는 집에서 살면 된다.


넷째, 큰고모처럼 돈을 쓰고 싶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돈을 멋있게 쓰는 사람은 큰고모다. 큰고모의 소비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고모는 돈을 쓸 데와 안 쓸 데를 구분해서 쓴다. 둘째, 고모는 남에게 쓰는 돈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나도 필요한 때 돈을 쓸 수 있도록, 아낄 수 있을 때 절약하고 싶다. 특히 나에게 쓰는 돈을 좀 더 아껴서, 남을 위해 더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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