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5년 뒤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7호선 석남행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석남행은 배차간격이 길어 꽤 오래 기다려야 하는 열차다. 기다리는 동안 '홀로' 스크린도어를 열어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다시 닫는 사람을 보았다. 바로 옆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승객들은 열려 있는 스크린도어 주변에서 1~2분여 되는 작업 시간을 잠자코 기다렸다.
'서울교통공사'가 적힌 조끼를 입은 그 사람은, 관찰한 그 무엇을 A4용지 크기의 기록지에 적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인지, 서울교통공사 조끼를 입은 하청업체 직원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5년 전 사고를 연상시키는 장면인 것은 확실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칠 모습일 수 있었겠다(반성한다). 그런데, 5주기가 된 지금 너무 큰 변화를 견뎌내고 있을 김군의 가족과 변화된게 하나 없어 보이는 산업 현장의 대비되는 양상에 이성의 끈이 갈라졌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사진을 촬영하진 못하고, 당장 1577-1234(서울교통공사 신고전화)에 상황을 적어 문자를 날렸다. 5분 정도 지나 당도한 답장에는 역으로 확인요청하겠고, 감사하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걸 알고 싶은게 아니었다.
역으로부터 확인 받은 사항을 공유해주시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들이 산언안전법을 잘 준수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지였다.
구의역 사고로 인해 내가 알게된 것은 작업 메뉴얼 상 '현장 작업 시 2인 1조'가 기본이며, 용역 계약 시 통상 점검 및 보수작업은 영업 종료 후 심야 시간에 진행한다는 조항이 규정된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다시 받은 친절한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4인이 출동하여 각각 작업을 진행하였다고합니다 한번 더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재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뜯어보면, 안전하게 작업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답변해주신 직원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보는 순간 화가 조금 났다.
2015년 35개 국가 중 4위(5.3) 등극. 2016년에는 16개 국가 중 2위(5.2) 달성. OECD 국가들의 '근로자 10만명당 치명적 산업재해 수'를 높은 순으로 정렬했을 때 대한민국의 순위이다. 2018년까지도 꾸준히 10만명당 5회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에 비해 5배 이상의 수치이다.
저조한 산업안전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해야겠다 싶어서 이 상황을 제보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어디에 제보해야하는 것인지부터 막막했다. 왜냐하면, 먼저 떠올린 고용노동부 웹사이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웹사이트 신고센터에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신고센터에는 산업안전과 관련된 메뉴를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졸려서 못찾는 것인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다루는 '공익침해 행위신고' 메뉴를 혹시 몰라 클릭해보니 권익위의 청렴포털로 연결된다.
한국산업안전보건 웹사이트의 신고 메뉴에도 역시 산업안전 관련 신고 메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질의민원 메뉴로 들어가면, 본인확인을 해야하는데 사설 I-PIN을 만들어야 하고 공인인증서도 필요해 번거로웠다.
우선, 피곤함으로 인해 국가에서 마련해 놓으신 편리한 신고절차를 발견하지 못했을 확률을 간과하지 않기로 했다(그래도 나 정보검색사인가 뭔가 자격증도 땄었는데). 혹시 알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댓글이나 메일주소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제보처를 찾아보기로 했다.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 국민신문고, 노동을 중요시 다루는 언론을 먼저 후보로 떠올렸다. 혹시 더 좋은 제보처를 알고 계시다면 역시 댓글이나 메일주소로 알려주시길.
제보 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속편으로 또 남기기로. 내일 나의 직장에서 피로로 인한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서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