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뉴노멀 시대 적합한 조직 유형
조직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친목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조직은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구성되며, 이에 부합된 목표를 설정한다. 그리고 그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의 정체성과 더불어 최적의 운영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여기서 언급한 정체성은 조직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조직 내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가치를 의미하며, 최적의 운영방식은 조직의 특성을 감안하여 이를 수립하고 운영하게 된다. 조직의 운영방식을 결정하는 부분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운영방식이 조직문화를 결정짓는 핵심요소가 된다. 이번 장에서는 조직의 운영방식에 기반한 조직 유형을 비교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2-3-1. Orchestra형 조직 vs Sprots형 조직
오케스트라는 현악기, 목관악기, 건반악기, 타악기 등 각각의 특성을 지닌 악기들이 모여서 음정과 박자가 적혀 있는 악보를 기반으로 연주하는 조직이다. 청중들은 음악을 통한 직접적인 느낌보다 연주 속에 녹아져 있는 악기들 간의 조화와 감성에 감동을 받고 환호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조화와 감정은 음정과 박자가 표현된 악보가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빈, 뉴욕, 비엔나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에 소속된 악기 별 연주가들은 소위 각 분야에서 내노라고 하는 세계적 수준의 연주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적 수준의 연주가들이 모여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모여 조화롭고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들을 조화시킬 수 있는 지휘자가 필요하다. 이것이 오케스트라형 조직의 특징이다. 개별적으로는 아무리 훌륭한 연주가일지라도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을 울리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오케스트라형 조직은 강력한 리더를 통해 조직의 성과가 결정되는 형태의 조직을 의미한다. 구성원 개인의 역량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리더가 이끄는 대로 충실하게 따를 때 성과가 만들어진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지닌 연주가라 하더라도 지휘자의 지휘에 따르지 않고 자기 멋대로 연주를 할 경우 그 연주는 망치고 만다. 오케스트라형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지휘자 즉 리더의 생각과 의도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이에 충실하게 따르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다음이 개개인의 역량과 실력이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지휘자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팀 스포츠의 경우에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있고 그 팀을 이끌어가는 감독 및 코치진이 있다. 예를 들어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인 축구팀을 생각해 보자. 축구경기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준비기간 동안 훈련이 필요하고 경기에 임할 때 필요한 전략과 전술을 익혀야 한다. 이러한 훈련을 이끌어가고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여 선수들에게 주입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감독과 코치이다. 그리고 실제 경기에 임하게 되면 그라운드에는 오직 선수들만 들어갈 수 있다. 감독과 코치는 그라운드 밖에서 그라운드를 주시할 뿐이고 목청껏 선수를 독려하거나 작전을 지시한다. 그러나 막상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그 소리를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 경기 중에는 수많은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아무리 작전을 잘 세워서 경기에 임한다고 하더라도 상대팀이 순순히 세워 놓은 작전대로 플레이를 임하도록 두지 않는다. 개개인의 역할이 주어졌음에도 부상이 발생해서 다른 선수로 교체되는 상황도 발생된다. 이럴 때 선수들이 밖에 있는 감독이나 코치만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 경기에서 승리하기에는 불가능할 것이다. 돌발적인 상황이나 경기가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선수들은 그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생각하고 이에 맞추어 경기에 임해야 한다. 경기장 내에서 서로 소통하고 최대한 서로의 생각을 맞추어 나가야 한다. 축구중계를 보다 보면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팀을 보면서 중계를 하는 해설자가 “선수들이 서로 대화를 해야 한다.”,”생각하면서 창의적 플레이를 해야 한다”라는 멘트를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경기 중의 대화와 창의적 소통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바로 비 시즌 기간 동안의 훈련을 통한 팀의 체질화에서 나오는 것이며, 이는 바로 감독과 코치진의 역할이다.
2-3-2. 영화형 조직 vs 연극형 조직
영화는 만들어진 완벽한 결과를 관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영화는 많은 배우들과 스텝들이 장시간을 두고 영화에 대한 제작기획과 촬영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감독이 있다. 영화의 모든 개별 장면에 대한 촬영은 감독의 “Go” 사인에 의해서 시작되고 “Okay”사인에 의해서 종료된다. 장면 촬영 중 감독의 의도에 맞지 않을 경우 또는 배우나 스텝이 실수를 할 경우 여지없이 “Cut”이란 신호가 감독에 의해 나오게 되고 그 장면은 감독의 의도에 맞을 때까지 재 촬영이 진행된다. 즉, 영화에서는 과정 가운데 발생될 수 있는 문제를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는 룸이 존재한다. 어떤 영화에서는 단 3초의 장면을 위해 100번이 넘게 촬영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렇듯 영화를 위해서는 많은 배우, 스텝들 그리고 영화 촬영을 위한 엄청난 규모의 세트장 등을 갖추고 있지만 모든 것은 감독의 의도와 생각에 의해 이끌어져 간다. 그리고 우리가 영화관에서 보고 있는 영화는 수많은 “Go”, “Cut”, “Okay”를 통해 만들어진 완벽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있는 중에 영화 자체에서는 필름이 돌아가지 않는 이상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감독이 의도하는 바를 잘 읽고 이를 연기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스텝들 또한 감독이 의도하는 조명, 음향 그리고 배경 등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영화의 완성은 감독의 생각과 의도에 부합되는 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연극은 영화와는 달리 결과보다는 과정을 관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연극은 관객들과 직접 대면하는 무대에 작품을 올리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배우들과 스텝들이 준비기간을 갖게 된다. 연극에도 감독이 있다. 연극 감독 또한 좋은 결과물을 관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연기 지도, 무대 연출 등에 깊이 관여한다. 그러나 막상 무대에서 공연이 시작되면 연극 감독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볼 뿐이다. 연극 공연이 진행되는 가운데 배우가 대사를 잃어버리는 경우 또는 넘어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될 때 감독이 무대로 뛰어올라가 “Cut”을 외치고 “다시”라고 외칠 수 없다. 그저 배우들이 그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결국 무대에 배우가 올라가면 그때부터는 배우들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극배우들은 순발력이 강하고 뛰어나다. 연극배우 출신들이 영화에 출연했을 때 애드리브가 매우 뛰어나다고 한다. 그 이유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카고에 가면 각본이 없고 상황만 주어진 상태에서 연극 공연이 진행되는 소극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극장에는 거의 매일 공연장이 가득 찬다고 한다. 그 이유는 동일한 상황이지만 출연 배우에 따라 내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관객들은 늘 기대를 가지고 공연장을 찾는다고 한다. 이 극단의 감독은 배우들에게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부분에 주력을 한다고 한다. 상황에 대해 배우들이 몰입하면 그다음은 배우들이 알아서 극을 이끌고 갈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연극에서 감독 역할을 핵심은 배우들이 자기 배역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배우가 극에 몰입한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 극의 흐름을 해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배우에게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3-3. 뉴노멀 시대에 적합한 조직은?
앞서 언급한 오케스트라형 조직과 영화형 조직은 리더의 역량과 역할에 의하여 조직의 성과가 결정되는 리더 중심의 조직구조이다. 반면 팀 스포츠형 조직과 연극형 조직은 리더는 코칭이 주된 역할이고 결국은 구성원들을 통해 최종적인 성과가 만들어지는 조직구조이다.
표 . 조직 유형별 비교
앞서 언급한 크게 두 가지 유형의 조직의 특성을 표 1에서 간략히 비교해 놓았다. 편의상 오케스트라 & 영화형 조직을 A유형, 팀 Sports & 연극형 조직을 B유형으로 놓기로 한다. A유형은 리더 중심의 조직구조로 리더의 주된 역할은 지시와 관리이다. 지시와 관리에 의해 수행하는 구성원의 수행 역량도 물론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리더의 역량이 조직 성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B유형은 구성원 중심이며, 리더는 코칭과 조정이 주된 역할로 볼 수 있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명확한 방향설정과 이에 목표설정 그리고 필요 역량에 대한 지원 등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하고 실제 수행은 구성원들이 주도로 진행되는 형태이다. 이러한 특성은 조직 내 사고방식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A유형은 대체적으로 위계질서를 중요하는 조직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체적인 사고체계는 수직적 사고형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B유형은 리더와 구성원의 지속적이고 활발한 소통기반의 수평적 사고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러한 수평적 사고는 구성원들에게 업무 수행에 대한 상당한 권한이 위임되어 있는 특징을 수반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의 특성을 감안할 때 A유형의 조직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이에 따른 강한 추진력으로 사업의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리더의 부재 시 이러한 장점은 순식간에 혼란한 상황으로 전환되고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수면 속에 이전에 감추어졌던 여러 문제들이 표면화되는 현상이 발생됨으로 조직이 위기에 처해지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B유형의 조직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구성원들에게 업무 수행에 대한 일정 부분의 권한위임이 되어 있기 때문에 돌발적인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함으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개인 간, 부서 간 이기주의적 성향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조정자로서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A유형의 조직은 고성장 시기와 같이 신속한 대응력이 가장 중요한 조직 역량으로 간주되는 시점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으며, 반면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상태에서 변화의 속도와 유형을 예측할 수 없고 불확실성이 강한 환경 하에 적합한 조직이 B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뉴노멀로 정의한 현재의 여러 환경과 여건을 고려할 때 A유형의 조직보다는 B유형의 조직이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의 속성상 빠른 의사결정과 강한 추진력이 필요할 때는 언제나 필요하다. 아울러 MZ세대를 넘어 이제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들이 조직 내 구성원으로 유입되는 상황 속에서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 변화, 불안한 국제 정세 등 불확실성이 높은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조직의 유연한 대응력은 현시대의 조직이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A유형과 B유형의 조직 중 택하여 이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두 조직 유형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조직형태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비즈니스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안정적이고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처…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지시와 관리, 코칭과 조정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조직유형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표적인 조직이 바로 “구글”이다. 구글은 신규 사업 진출, 성과가 나지 않고 있는 사업 영역 등에 대해서는 과감한 의사결정을 진행함으로 기회를 잃어버리거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한다. 반면 구글 직원들은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진행방식의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고 있고, 개인 간 조직 간의 협업에 대해 리더들의 협조자, 조정자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 운영은 환경 변화에 대한 유연성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의 주도자로서 그들의 영역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따라가는 조직은 한계가 있다. 우리 조직의 비즈니스 유형과 영역에 대한 고려, 우리 조직 내 유입되는 인력의 유형 및 기업운영 속에 보편화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어떤 조직 유형을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