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구직자. 내 인생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조건 13. 자부심을 주는 브랜드 평판

by 김태완

조건 13. 자부심을 주는 브랜드 평판

"지인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


구직자가 입사 지원서를 쓰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많은 구직자들은 그 회사의 이름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말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을 먼저 상상한다. "거기 좋은 회사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회사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좋은 회사'의 기준이 단순히 "이름을 들어본 회사", "규모가 큰 회사"여도 괜찮은가?

회사의 규모와 인지도는 브랜드 평판의 한 요소일 뿐이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오늘날 역량 있는 구직자들은 그 회사가 자신이 속한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사회에 어떤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함께 따진다. 진정한 브랜드 평판은 규모가 아니라 영향력에서 나온다. 작더라도 산업의 판을 바꾸는 회사, 이름은 낯설더라도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가치를 만드는 회사가 우수 구직자에게 더 강력한 자부심의 원천이 될 수 있다.


1. 규모의 브랜드에서 영향력의 브랜드로

마케팅 학자 데이비드 아커(David Aaker)는 브랜드가 사용자에게 '자아 표현적 혜택(Self-Expressive Benefit)'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는 행위 자체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의 표현이 된다는 것이다. (David Aaker: Building Strong Brands)

그런데 구직자가 회사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자아가 반드시 '대기업 직원'일 필요는 없다. 역량 있는 구직자일수록 "나는 이 산업의 흐름을 바꾸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자아상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규모는 작지만 업계 표준을 만들어가는 기업, 아직 대중에게 낯설지만 국가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 조용하지만 수십만 명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 그 예이다. 이들은 인지도 경쟁에서 대기업에 밀릴지 몰라도, 자신의 일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중시하는 구직자에게는 결코 뒤지지 않는 자부심의 원천이 된다. (Simon Sinek: Start with Why)


2. 구직자는 그 기업이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실질적 가치를 본다

오늘날 역량 있는 구직자들은 지원하는 기업이 해당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본다. 단순히 매출 규모나 직원 수가 아니라, 그 기업이 산업의 기술 수준을 높이고 있는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지, 경쟁사와 파트너사, 나아가 고객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러한 산업적 영향력이 큰 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구직자에게 "나는 이 분야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강력한 직업적 정체성을 부여한다.

사회적 공헌의 관점도 마찬가지이다.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 취약 계층의 삶을 개선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 지역 경제를 살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는 기업은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사회적 존재 이유를 갖는다. 구직자들은 자신이 이 존재 이유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연봉 이상의 입사 동기를 발견한다. 규모가 작아도 사회적 가치가 명확한 기업이, 규모는 크지만 존재 이유가 불분명한 기업보다 우수 구직자에게 더 강한 흡인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이다.


3. 국가 경쟁력에 기여하는 기업이 주는 자부심

구직자가 느끼는 자부심의 또 다른 원천은 '국가적 맥락'이다. 자신이 일하는 회사가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은 개인의 직업적 자부심을 사회적 자부심으로 확장시킨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방산, 소프트웨어 등 국가 전략 산업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규모와 무관하게 이러한 자부심을 구성원에게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기업에 대한 구직자의 반응은 다르다. 해외 유수의 기관이나 파트너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해외 시장에서 산업 표준을 만들어가는 기업, 국가 대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은 구직자에게 "이곳에서의 내 일이 국경을 넘는다"는 특별한 자부심을 심어준다. 이는 어떤 복지나 연봉으로도 대체하기 어려운, 일 자체에서 오는 의미의 영역이다.


사례


스페이스 X(SpaceX)와 테슬라(Tesla): 산업의 판을 바꾸는 기업의 자부심

스페이스 X와 테슬라는 설립 초기 모두 업계의 회의론 속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민간 우주 탐사와 전기차 산업이라는 새로운 판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이 기업들에 입사하는 구직자들은 단순히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사명감을 입사 동기로 삼는다.

주목할 점은 이들 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도 대기업의 안정성이나 높은 연봉보다 '이 산업을 우리가 만든다'는 브랜드 철학이 우수 인재를 끌어당기는 핵심 동력이었다는 사실이다. 구직자에게 진정한 자부심을 주는 브랜드란 크고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을 주는 브랜드임을 이 사례는 잘 보여준다.


카카오모빌리티·토스·쿠팡: 산업 생태계를 바꾼 국내 브랜드

국내에서도 규모보다 산업적 영향력으로 강력한 고용 브랜드를 구축한 사례가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한민국의 이동 문화 자체를 바꾸었고, 토스는 금융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 수백만 명의 금융 생활을 바꾸었으며, 쿠팡은 유통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이 기업들은 설립 초기 대기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을 변화시키는 기업에 합류하고 싶다는 구직자들의 열망을 끌어모았다.

이들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대기업 오퍼를 거절한 사례들이 회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직자들은 자신의 일이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에서 특별한 자부심을 느낀다. 부모님이나 지인이 아직 그 회사 이름을 낯설어하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의 사회적 의미가 분명할 때 구직자는 그 선택에 확신을 갖는다.


제언

기업은 브랜드 평판을 관리할 때 규모와 인지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하는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우수 구직자들이 묻는 질문은 "이 회사가 얼마나 큰가?"가 아니라 "이 회사가 세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가?"이다.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기업만이 역량 있는 인재의 진심 어린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자신이 속한 산업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그 해결이 사회와 국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구성원과 함께 끊임없이 확인하고 공유해야 한다. 이 서사가 명확한 기업은 채용 공고에 쓸 한 줄의 문장을 갖게 된다. "우리는 이 산업의 이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당신도 함께하겠습니까?" 이 질문에 가슴이 뛰는 사람이 모이는 조직, 그것이 규모를 넘어 진정한 브랜드 평판을 가진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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