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치를 습관으로 만들어야 하는가 1부 | EP.03
우리는 매일
정치가 만든 구조를 따라 움직인다.
그 구조는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의심을 지우고,
의심이 사라진 곳에는
권력이 자리한다.
2부. 성공하는 시민들의 3가지 습관(11회)
3부. 관심의 원을 영향력의 원으로 확장하기(8회)
매달 정해진 날에 월급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만큼 자동이체로 빠져나간다.
소득세,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고용보험료.
그 흐름은 익숙하다.
너무 익숙해서
의심하지 않는다.
“그냥 그런 거지.”
“다들 그렇잖아요.”
퇴근길.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동네 입구에 늘 있던 정류장이
어느 날 사라졌다.
“노선 조정 때문이래.”
“이 동네엔 민원이 없었대.”
당황했지만,
곧 익숙해진다.
다시 생각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 뭐.”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
1학년 한 반에 32명.
학교 담임은 늘 지쳐 보인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눈치를 보며 자란다.
교육청에 민원을 넣을까 생각하지만,
“별 수 있겠어?”
생각만 하다 잊는다.
이런 구조는
너무 오래되어
누구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 삶의 기반이
누가 어떻게 설계했는지는 묻지 않는다.
전세대출의 조건,
공공임대 신청자격,
통학버스 노선,
주민센터의 개방시간,
지방세 감면 기준,
도서관 운영시간.
이 모든 건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된다.
왜일까?
왜 우리는
‘이 시스템은 누가 설계했지?’라고 묻지 않을까?
왜 우리는
구조를 당연하게 여길까?
왜 우리는
우리 삶의 기본 값을
누군가가 설정해놓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까?
그것은 구조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구조는
대개 정치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정치는
‘삶의 설정 값’을 만들어놓는 일이다.
그 설정은
기본 값이 되고,
기본 값은
익숙함이 되고,
익숙함은
순응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묻지 않는다.
‘이 기본 값을 누가 정했지?’
정치를 멀리한다고
정치가 나를 멀리하지 않는다.
정치는
여전히 나를 설계한다.
내 삶은
정치의 구조 위에 세워진 집이다.
나는 그 안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구조를 인식하지 않으면
나는 늘
‘남이 설계한 삶’을 살게 된다.
매달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국민연금은
처음부터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
많은 사람들은 거부감을 가졌다.
“왜 강제로 돈을 떼어 가는가?”
“내가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불신 속에서,
정책은 밀어붙이듯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무도 이 납부를 의심하지 않는다.
이 제도는 구조가 되었고,
그 구조는 익숙함이 되었다.
주택청약 제도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청약 통장’은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무주택자 우선공급, 생애최초 특별공급,
신혼부부 가점제도까지
복잡한 조건들이 생기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리한가’의 싸움이 되었다.
그 기준은 누가 만들었을까?
어떤 연령대에, 어떤 소득 수준에, 어떤 가족 형태에
우선권을 줄 것인가는
철저히 정치적 결정이었다.
학교 급식의 식단도 정해져 있다.
급식 단가는 교육청 예산과 관련되고,
예산은 시의회의 심의를 거쳐 정해진다.
그러니 우리 아이가 오늘 먹는 국 한 그릇은
누군가의 ‘의사결정’의 결과물이다.
정치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당신 자녀의 점심 그릇에 담겨 있다.
서울 외곽에서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상수 씨는
아침마다 1호선에 몸을 싣는다.
그는 매일 붐비는 지하철에서 서 있다.
“왜 출퇴근 시간에 증차하지 않을까?”
“왜 이 구간은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할까?”
그건 단순히 교통문제가 아니다.
예산과 정책, 행정 우선순위의 문제,
즉 정치의 문제다.
어느 구간에 예산을 먼저 배정할 것인지,
인프라를 누구를 위해 확장할 것인지,
그 기준은 누가 세웠는가?
바로 정치가 세운 것이다.
정치란,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삶의 틀을 짠다.
그 틀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너무 익숙해서
우리는 질문하지 않는다.
하지만 틀은
질문하지 않으면
늘 누군가의 이익에 맞춰진다.
“왜 우리는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나요?”
“왜 학급당 정원이 28명 이상인가요?”
“왜 지하철 요금은 10년 만에 이렇게 오르게 되었나요?”
이런 질문의 답은
단순한 행정이 아니다.
모두 정치가 만든 구조다.
당신이 지금 걷는 길도,
당신이 내는 세금도,
당신이 이용하는 복지제도도
모두 정치가 만든 삶의 틀이다.
그 틀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은
내 삶의 설계도를 남에게 맡기는 일이다.
고양시에 사는 신다혜 씨는
작년 여름, 첫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 했다.
하지만 국공립 유치원 경쟁률은 6:1.
근처 사립 유치원은 대기조차 어려웠다.
결국 30분 거리의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다.
“왜 이렇게 국공립은 적을까요?”
그녀는 물었다.
하지만 곧 스스로 답을 덧붙였다.
“그게 원래 그렇다더라고요.”
대전의 20대 청년 박지훈 씨는
지난달 고시원에서 급히 이사했다.
전세 대출 보증 한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그는 말했다.
“청년 정책이 많다고 하지만,
막상 내겐 해당되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누군가는 매일 밤 불안하다.
초등학교 앞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다.
횡단보도 설치 민원을 넣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 사이 사고가 한 번 있었고,
학부모들은 모여서 또다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소식은
뉴스에 나오지 않았다.
정책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 불편들은 어째서 반복될까?
그건 구조가
‘말하지 않는 자’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는 말하는 사람의 편이다.
의견이 조직된 곳으로 흐른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자원이 먼저 배정된다.
그리고 조용한 다수는
늘 ‘예산 부족’, ‘우선순위 미달’이란 이름 아래
순서에서 밀려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우리가 그 구조에 익숙해졌다는 것.
‘어쩔 수 없어.’
‘원래 그런 거지.’
‘내가 뭘 해도 안 바뀌어.’
이런 말은
실망이 아니라,
정치적 무력감의 언어다.
그리고 이 무력감은
정치의 외곽으로 우리를 몰아낸다.
결국,
또 다른 구조가 우리 위에 만들어진다.
정치는 반복된다.
말하는 사람에겐 더 큰 혜택이,
침묵하는 사람에겐 더 큰 불편이 돌아오는 구조.
그런 구조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만들고,
오늘의 포기가 내일의 문제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말한다.
"역시 안 바뀌네.”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을
‘길’이라고 부르거나
‘예산’이라 하고,
‘제도’라 부른다.
그러나 그 안엔
늘 정치가 있다.
정치는 배선이다.
건물 안 천장의 전선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모든 불빛과 작동을 가능하게 한다.
정치는 연결이다.
너와 나,
아이와 어른,
서울과 지방,
노동자와 고용주,
시민과 행정,
모두를 한 시스템 속에 묶는다.
그래서 정치가 한쪽으로 기울면
다른 쪽은 어둡다.
정치가 한 사람에게 몰리면
많은 사람이 소외된다.
정치는 균형의 기술이다.
정치는 분배의 예술이다.
정치는 삶의 설계 방식이다.
우리는 매일
정치의 구조 위에 서 있다.
정치가 깔아둔 배선 위를 걷는다.
하지만 그 배선이
누구를 위해 깔렸는지 모른다면,
그 구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정치란,
나와 상관없는 싸움이 아니라
나와 연결된 삶의 인프라다.
그 인프라는
당신의 불편함, 당신의 감정,
당신의 질문에서
재설계될 수 있다.
그렇기에 정치란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모두를 품고 설계해야 한다.
시민이 그 배선을 들여다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치는 ‘공공의 구조’가 된다.
정치는 멀리 있지 않다.
정치는 바로
당신이 오늘 마주친 불편함 속에 있다.
그렇다면
그 정치의 구조를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답은 어렵지 않다.
당신의 일상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 ① 월급명세서를 다시 들여다보자
소득세, 지방세, 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이 항목들의 기준은
정치가 결정한 구조다.
왜 이렇게 책정되었는지
궁금해 하는 순간,
당신은 구조를 읽기 시작한 것이다.
� ② 주택청약 기준을 검색해보자
무주택 기간, 소득 기준, 가점 방식.
이 수많은 조건 뒤에는
정치적 결정이 있다.
이 기준이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한가를 묻는 순간,
당신은 이미 시스템을 감각하고 있는 것이다.
� ③ 자녀 학교의 학급당 인원수를 확인해보자
28명, 30명, 32명?
그 숫자는 우연이 아니다.
교육청 예산과 정책, 교사 배치 기준의 총합이다.
그 기준이 정당한지를 묻는 순간,
당신은 ‘시민’의 위치에 서 있다.
� ④ 집 앞 버스 정류장의 위치를 의심해보자
왜 어떤 곳에는 있고, 어떤 곳에는 없을까?
민원 빈도, 교통 정책, 행정 절차의 반영 정도에 따라
정치의 무게추가 결정된다.
불균형을 느끼는 순간,
당신은 정치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다.
� ⑤ 민원을 한 번만 넣어보자
한 줄의 불편함이
정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말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 번만 실천해보자.
정치는 거대한 개혁이 아니라
구조를 감각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그 능력은 훈련된다.
그리고 반복된다.
당신의 하루를 둘러싼 시스템을
다시 보고,
다시 묻고,
다시 질문하는 것.
그게
정치를 삶의 습관으로 만드는 첫걸음이다.
� “나는 지금 어떤 정치 구조 위에서 살아가고 있나요?”
�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제도와 기준은 누가 설계한 것일까요?”
� “그 구조에 대해 질문해본 적이 있나요?”
우리는 매일
정치가 만든 구조를 따라 움직인다.
그 구조는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의심을 지우고,
의심이 사라진 곳에는
권력이 자리한다.
그러니, 질문해야 한다.
“이 구조는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왜 나는 이 구조를 바꿀 수 없다고 느끼는가?”
그리고
“지금이라도 바꾸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그 질문이
시민이 되는 첫 번째 습관이다.
1) 국민연금 제도 변천사 – 국민연금공단 공식 사이트
2) 서울시 청약 제도 및 공급 기준 안내 – 서울주택도시공사(SH)
3) 서울시교육청 학급당 인원 관련 정책 브리핑 (서울특별시교육청, 2020.03.17)
4) 버스 노선 조정 시민 참여 (서울특별시, 2019.09.23)
5) 청년 전세대출 우대 기준 (주택도시기금, 2025)
『성공하는 시민들의 3가지 습관』
� 5화: 당신이 정치에 무관심하길 바라는 사람들
에서는 정치적 무관심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그리고 누가 그 무관심의 수혜자인지를 살펴봅니다.
정치 혐오가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침묵하는 사이,
누군가는 당신의 권리를 대신 쓰고 있습니다.
다음 회차에서 그 진실을 함께 마주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