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성격’과 ‘욕구’를 가진 사람인가

나를 이해하는 시간 Part.1 | EP.3

진로란 단순히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이야기로 나를 정의하느냐의 문제다.


Part 1. 나를 이해하는 시간(3/6회차)

Part 2. 세계를 탐색하는 시간(7회)

Part 3. 실천을 설계하는 시간(8회)

Part 4. 나만의 경력을 실행하는 시간(7회)



4화. 나는 어떤 ‘성격’과 ‘욕구’를 가진 사람인가








① “저는 MBTI가 ENTP거든요”





“저는 MBTI가 ENTP거든요.”


그 말은 자기소개 시간의 거의 자동응답처럼 튀어나왔다. 누군가는 자신을 ‘감성적인 예술가’라고 해석했고, 또 다른 이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데, 친해지면 수다쟁이’라고 설명했다. “아~ T라서 그렇구나”, “저건 완전 J 스타일이야.” 학과 단체 채팅방에도, 팀플 대화에도, 심지어 소개팅 자리에서도 이제 MBTI는 빠지지 않는 ‘자기 설명 도구’다. 마치 성격이란 네 글자의 조합으로 요약될 수 있는 것처럼.


처음엔 가볍게 시작된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자’는 의도로 등장한 성격유형 검사였고, 다양한 유형을 알아가면서 공감도 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성격은 ‘정해진 틀’이 되었고, 나의 선택과 감정, 그리고 행동마저도 그 네 글자 안에 갇히기 시작했다.


나는 왜 이 말을 반복하게 될까? 왜 우리는 그렇게 자신을 유형화하고 싶어할까? 혹시 그건 ‘나를 알고 있다’는 안도감 때문은 아닐까? 적어도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이건 못 해도 괜찮고, 저건 나랑 안 맞아도 된다는 식의 자기합리화 말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질문이 생겼다.
“정말 내가 ENTP여서 이렇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내가 스스로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어떤 순간들일까?”
“그건 타고난 성격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 내 안에서 작동 중인 욕구들 때문일까?”


그 순간, 진짜 ‘성격’과 ‘욕구’라는 말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성격’은 나라는 존재를 설명하려는 시도였고,
‘욕구’는 그 존재가 지금 무엇을 바라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신호였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성격이냐가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 욕구를 품고 살아가고 있느냐는 것이라는 직관이 찾아왔다.


이번 회차는 그 질문들에서 출발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성격의 사람이고, 지금 무엇을 갈망하는가?
그리고 그 욕구는 나의 선택과 태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MBTI, 에니어그램, Big5, DISC… 수많은 성격 분류 도구들이 말해주는 건 단 하나다.
‘나를 설명할 언어’는 필요하지만, 그 언어에 나를 가두어선 안 된다는 것.


그러니 지금부터 우리는 다시 묻기로 하자.
“나는 어떤 성격과 욕구를 가진 사람인가?”

그리고 이 질문을 더 깊게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진로 설계의 다음 좌표를 찾아 나서자.









② 성격유형에 대한 오해와 진실

– “나는 ENTP니까 괜찮아?”





MBTI 열풍 속에서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성격을 ‘정체성’처럼 소개한다.
"나는 INFP라서 상처를 잘 받아요."
"ESTJ는 원래 추진력으로 승부하죠."
그리고 나도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저는 ENTP라서요. 낯선 주제든, 낯선 사람이든 그냥 들이대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그 말이 나를 설명해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됐다. ENTP, 외향적이고,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데 거침없고, 논쟁을 즐기며, 무엇이든 유쾌하게 풀어가는 사람. 어쩌면 이 설명이 누군가와 나 사이의 거리감을 좁혀주는 도구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설명은 ‘정확’한가? 아니, ‘충분’한가?


어느 날, 나와 친한 후배가 말했다.
“선배님은 ENTP라서 매사에 자신감 있는 줄 알았는데, 요즘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나는 항상 유쾌하고 도전적인 사람이어야 했을까? 사람들의 기대 안에서 내 ‘성격’은 점점 하나의 연기가 되어가고 있었고, 진짜 내 안의 감정은 점점 숨겨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성격유형을 자기이해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그걸 도착점처럼 여길 때, 모든 것은 정지된다.
성격유형은 고정된 프레임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설명하는 잠정적 언어여야 한다.


예를 들어 ENTP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 수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끈기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떠도는 MBTI 콘텐츠에서는 마치 '이 유형은 이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식의 성격운명론이 판치고 있다.


이러한 오해들은 곧 자기합리화로 이어진다.


“나는 내향적이라 저런 자리엔 안 가.”

“난 원래 감정 기복이 심하니까 어쩔 수 없어.”

“나는 계획형이 아니라 그냥 즉흥적으로 살래.”


이렇게 ‘성격’이 ‘성장’을 가로막기 시작하면, 그것은 더 이상 나를 돕는 도구가 아니다.
성격의 이해는 자기고정이 아니라 자기확장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ENTP로 살아오며, 많은 사람들은 나를 ‘아이디어 뱅크’나 ‘말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색하느라 정작 하나를 끝까지 밀고 가는 집중력 부족에 시달렸고, 말보다는 ‘의미’로 사람을 설득하고 싶은 갈망도 컸다.


내 안의 E(외향성)은 사람들을 만나는 에너지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혼자 정리하는 시간’ 없이는 금세 에너지가 고갈되는 E였다.
내 안의 N(직관형)은 늘 미래를 향해 도약하려는 힘이지만,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놓치게 만드는 성급함이기도 했다.
T(사고형)은 논리적 사고를 돕지만, 감정의 결을 무시하게 만들기도 했고,
P(인식형)은 유연함의 힘이지만, 때론 회피의 전략이 되기도 했다.


결국 성격이란,
‘어떤 사람이다’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어떻게 결정을 내리며, 무엇을 우선시하느냐의 흐름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다.

"성격은 바뀌지 않지만, 삶의 태도는 바뀔 수 있다."
즉, 내가 ENTP라고 해서 ‘그렇게밖에 살 수 없다’는 건 아니다.
그 성향을 인지한 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진짜 나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 회차에서는 MBTI, Big5, 에니어그램 등 다양한 성격유형 도구들을 단순한 진단이 아니라, 자기 성찰과 진로설계의 첫 출발점으로 삼는 법을 함께 다룰 것이다.
그 이해는 당신에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라는 자기고정에서 벗어나
‘나는 지금 어떤 욕구를 가진 사람이고,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열린 가능성의 언어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③ ‘욕구’라는 키워드로 나를 들여다보기

– 지금 내 안에서 자라는 갈망은 무엇인가?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요?”
진로 상담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은 질문 중 하나다.
그 말은 단순한 진로의 선택지를 묻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갈림길’ 앞에 서서 무엇을 선택할지 몰라 망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갈망’의 흐름을 아직 인식하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욕구는 ‘감정’처럼 순간적인 것이 아니다. 욕구는 시간과 함께 자란다.
지속적으로 나를 찌르고, 때론 불편하게 만들고, 또 때로는 꿈꾸게 만드는 내면의 잔향이다.
그리고 이 욕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선택하는 진로는,
대부분 방향을 잃거나, 오래가지 못한다.






“욕구는 불편함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욕구를 ‘이루고 싶은 소망’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욕구는 ‘지금 내가 견디기 힘든 무엇’에서 시작된다.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사람은, ‘무시당한 경험’을 안고 있다.

안정된 삶을 원하는 사람은,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사람은, ‘도움을 받지 못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욕구는 결핍에서 태어나고, 그 결핍은 곧 나만의 동기가 된다.
그러니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먼저 “나는 지금 무엇이 가장 불편한가?”를 물어야 한다.






“당신은 무엇을 견딜 수 없는가?”



ENTP인 나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주제, 새로운 상황이 주는 자극 속에서 활력을 얻는다.
그렇기에 매일 똑같은 일과 반복되는 회의, 예측 가능한 업무는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 ‘견딜 수 없음’이 바로 나의 욕구를 말해준다.
나는 탐색하고 연결하고 의미를 발굴하고 싶은 사람이다.


한 학생은 말한다.
“사람 많은 곳에서 괜히 더 외로워져요.”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함께 있음’이 아니라, ‘깊이 연결된 관계’였다.
또 다른 학생은 이렇게 털어놓는다.
“매번 평가받는 느낌이 싫어요.”
그는 자기표현의 자유를 갈망하고 있었다.


이처럼 욕구는 때때로 부정문으로 나타난다.
“나는 이런 건 못 참겠어.”
“이건 정말 나랑 안 맞아.”
“이런 상황은 너무 나를 갉아먹어.”


그 말 뒤에는 항상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삶의 감정’이 숨어 있다.






“지금 자라고 있는 욕구는 무엇인가?”



욕구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삶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성장하고, 정제된다.
어린 시절에는 안정이 욕구였다면, 지금은 영향력이 욕구일 수 있다.
대학 1학년에는 편한 인간관계가 전부였다면,
지금은 나를 지지하는 커뮤니티, 성장을 나눌 동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욕구를 ‘이상화’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욕구는 ‘어른스럽지 않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당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면,
그 감정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데서 진로 설계는 시작된다.






“욕구는 방향을 정한다”



욕구를 명확히 이해하는 순간, 선택이 쉬워진다.

당신이 ‘자유’를 욕구한다면, 고정된 루틴보다 창의적 프로젝트 중심의 일을 찾게 될 것이다.

당신이 ‘안정’을 욕구한다면, 변화보다는 체계화된 조직문화와 시스템을 중시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성장’을 욕구한다면, 지금 가진 것을 뛰어넘기 위한 도전의 기회를 더 탐색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진로는 욕구의 실현을 위한 장치다.
직업은 결국 욕구를 표현하는 수단이고,
커리어는 욕구를 다듬고 확장하는 여정이다.






“당신은 무엇을 욕망하는가?”



“그냥 남들처럼 살고 싶어요.”
“돈 많이 벌면 됐죠.”
그 말들이 사실은 ‘뭔가 불편해서 덮어둔 욕구’는 아닐까?


진짜 질문은 이렇다.

“당신은 무엇을 하며 살 때, 삶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가?”
“무엇을 이루지 못하면, 후회가 될 것 같은가?”
“어떤 감정은 매번 돌아와서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가?”


그 질문을 통해 당신의 내면에서 자라고 있는 욕구의 싹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싹이야말로, 진로라는 숲을 향해 당신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나침반이다.









④ ‘성격+욕구’의 교차점에서 나를 해석하기

– MBTI와 나의 갈망을 연결하기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성격을 하나의 ‘고정된 틀’로 이해한다.
예컨대, “나는 ENTP니까 원래 그래요.”
하지만 성격은 고정된 특성이 아니라, 환경과 욕구가 만들어낸 반복된 행동의 패턴이다.


MBTI는 성격의 일면을 잘 설명해주는 도구이지만,
그 자체로 진로를 정해주는 정답표는 아니다.
우리는 성격과 욕구의 교차점에서,
자신의 ‘행동 성향’이 어디서 비롯되고 무엇을 향해 있는지를 읽어야 한다.






ENTP는 왜 늘 새로운 걸 원할까?



필자는 ENTP다.
낯선 아이디어, 도전적인 대화, 흥미로운 구조 설계에 에너지를 얻는다.
하지만 그게 ‘단순히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내 안의 욕구, 즉 ‘의미를 연결하고, 세상을 다시 조합해보고 싶다’는 갈망이,
이런 성격 유형으로 행동화된 것일 뿐이다.


다시 말해, 성격은 욕구의 표현 방식이다.
ENTP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퍼뜨리는 데 몰입하는 이유는,
지적 자극세상을 바꾸고 싶은 내면의 열망 때문이다.
만약 그 갈망이 외면당하거나 억제된다면,
ENTP는 ‘산만함’이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번아웃에 빠진다.






‘성격’은 행동의 패턴이고, ‘욕구’는 감정의 자극이다



한 ENFJ 학생은 자신이 자꾸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는 습관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저는 누군가가 힘들어하면 그냥 제 일 멈추고 도와주고 싶어져요.”
이 학생의 성격적 경향은 ‘외향 + 감정형’이지만,
그 안에는 ‘소외되지 않고 싶다’,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숨어 있었다.


또 다른 ISTP 학생은 팀 프로젝트에서 말수가 적고 혼자 일하는 걸 선호했다.
“사람들과 얘기하면 피곤해요. 그냥 제가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게 더 나아요.”
이 성향은 ‘내향 + 사고형’으로 해석되지만,
내면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불안감’, ‘정확한 결과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처럼 성격은 욕구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형성된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격을 ‘자기설명서’로 쓰기보다,
욕구를 반영한 진로설계의 실마리로 이해해야 한다.






‘성격-욕구 매핑’ 연습



다음은 학생들과 함께 진행했던 성격-욕구 매핑 훈련의 사례다.

성격유형 반복 행동 특성 숨겨진 욕구 해석

INFP 깊은 고민 후 말함, 종종 혼자 있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지키고 싶다’, ‘타인의 시선보다 내 기준을 따르고 싶다’

ESTJ 계획적으로 일함, 주도적으로 조율 ‘혼란은 싫다’, ‘통제력을 갖고 안정된 성과를 내고 싶다’

ENTP 새로운 아이디어 탐색, 여러 주제 넘나듦 ‘내가 세상에 쓸모 있는 자극이 되고 싶다’,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 싶다’

ISFJ 충돌 회피, 헌신적인 행동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안정된 관계 속에서 신뢰를 쌓고 싶다’



이 표는 단순한 일반화가 아니라,
성격을 통해 내면의 욕구를 추론해보는 훈련의 예시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그동안 ‘그냥 내 성격이니까’로 덮어두었던 행동을
‘내가 이런 욕구를 갖고 있어서 그런 거구나’로 인식하게 된다.






성격은 ‘도구’, 욕구는 ‘방향’



성격은 진로의 ‘방식’에 영향을 준다.
반면, 욕구는 진로의 ‘방향’을 결정한다.


예컨대, ENTP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다.
그가 ‘교육’을 택하면 실험적 교수법으로 혁신을 꾀할 것이고,
‘정책’을 택하면 기존 시스템을 뛰어넘는 제도를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무엇을 향해 가고자 하는지는 욕구가 결정한다.


그러니 진로를 설계할 때, 다음의 질문이 중요하다.


“나는 어떤 성격이기 때문에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보다
“나는 어떤 욕구 때문에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이 질문은 진로 설계에 있어
성격을 ‘기질’이 아닌, 욕구의 실행 전략으로 이해하게 돕는다.









⑤ 나를 나답게 하는 순간들

– 일상 속 진짜 나를 발견하는 방법






"저는 어떤 상황에서 가장 저다운지 잘 모르겠어요."
이 말은 진로상담을 할 때 가장 자주 듣는 문장 중 하나다.
학생들은 자주 이렇게 말한다.

"일할 때도, 공부할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다 어느 정도는 저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
우리는 딱 한 가지 성격이나 정체성만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환경, 역할, 기대치에 따라
‘회사 안의 나’, ‘가족 안의 나’, ‘혼자일 때의 나’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나는 언제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가?”






진짜 나를 만나는 세 가지 단서



1) 시간 개념이 사라질 때

몰입의 순간은 자신이 가장 ‘나답게’ 존재하는 때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사람들과 열정적으로 대화를 나눌 때,
혹은 새롭게 떠오른 아이디어에 정신없이 빠져 있을 때
시간을 잊고 있는 나를 발견한 적 있는가?


그 순간은 내 안의 욕구와 성격이 조화를 이루며
‘억지로’가 아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때다.
그때의 나는 가면도, 방어도, 계산도 없이
순수하게 나의 리듬과 관심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2) 선택 앞에서 설레는 두근거림이 있을 때

"이거 해보고 싶다!"
이 감정은 매우 중요한 진단 신호다.
우리는 늘 계산적 선택을 하거나 안정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두근거림은 내가 내 삶의 주도권을 다시 잡는 순간이다.
그 감정이 향하는 곳에,
나만의 진로 키워드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3) 누군가에게 ‘진심’이 나올 때

대화를 하다 보면 유독 어떤 주제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말투가 바뀌고, 표정이 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그건 그 주제가 내 삶의 일부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문제를 돕고 싶은 마음,
나만의 방식으로 뭔가를 개선하고 싶은 욕구…
그 순간, 나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무엇’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의 작은 단서 수집법



‘나답게’ 존재하는 순간을 파악하려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몰입의 순간’이나 ‘두근거림’을 발견했을 때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짧게 메모하게 한다.


언제? (시간대, 요일, 상황)

어디서? (장소, 환경)

무엇을? (행동, 활동)

왜? (그 일이 좋았던 이유, 감정)

무엇을 느꼈는가?


예시:

금요일 오후, 도서관에서 졸업한 선배와 진로에 대해 대화함.
조용한 공간, 나만의 노트 정리, 현실적인 고민 나눔.
‘나도 누군가에게 진로를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듦.
기분이 좋았고, 내가 뭔가 의미 있는 존재인 것 같았다.


이런 메모를 일주일에 한두 번씩만 해보아도,
그 안에 반복되는 ‘장소’, ‘상황’, ‘감정’, 그리고 ‘욕구’의 흔적이 드러난다.
그것이 바로 진로설계의 씨앗이다.






‘나답다’는 감각은 우연이 아니다



진로는 거창하게 ‘직업군’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일상의 반복된 패턴 속에서 발견된다.


진짜 나다운 순간은
크게 빛나는 무대 위가 아니라,
지극히 사소한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우연처럼 등장한다.


그리고 그 우연의 반복이
운명처럼 느껴지는 진로의 방향성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내가 진짜 몰입했던 순간은 언제였지?”
“그때 나는 누구였지?”
“그 순간이 지금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연습이,
당신을 진로의 문턱에서 ‘가짜 선택’이 아닌 ‘진짜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⑥ 강점이란 무엇인가

– 내가 무의식적으로 잘하는 것




"내 강점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많은 학생들이 이렇게 말한다.
그 말에는 '눈에 띄는 재능이나 탁월한 능력이 없다'는 자조도 담겨 있지만,
사실은 ‘강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점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는 강점을 보통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말 잘하는 사람 = 발표 강점

숫자에 밝은 사람 = 분석 강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 창의적 강점


하지만 진짜 강점은 이렇게 눈에 띄는 ‘성과’가 아니라,
무의식적인 반복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행동 패턴이다.


가령,

친구들의 고민을 들을 때, 나도 모르게 깊이 공감하고 정리해주는 사람

팀 프로젝트에서 별말 없이 맡은 역할을 꾸준히 처리하는 사람

낯선 상황에서도 겁내지 않고 먼저 말을 걸며 분위기를 여는 사람


이들은 ‘말을 잘한다’거나 ‘분석력이 있다’는 평가보다
더 정교한 행동 기반의 강점을 갖고 있다.






‘강점’은 남이 아니라 내가 증명한다



강점을 찾기 위해 자주 하는 실수가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의 인정으로부터 강점을 추정하는 것이다.


“선생님, 저는 주변에서 ‘성실하다’, ‘말을 잘한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근데 그게 진짜 강점인지 모르겠어요.”


그럴 수밖에 없다.
강점은 ‘남의 평가’보다, 내가 느끼는 몰입과 편안함이 더 정확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진짜 강점은 아래의 3가지 특징을 갖는다.


1) 반복적으로, 의식 없이 잘하게 되는 일

시키지 않아도 나서서 하는 일

다른 사람들은 어렵다고 느끼지만 나는 비교적 쉽게 해내는 일

피곤해도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일


2) 할 때마다 ‘즐겁거나 뿌듯한’ 감정이 드는 일

성취가 아니라 ‘의미’를 느끼는 순간

결과보다 과정에서 만족을 얻는 활동


3) 남들이 신기해하거나 고맙다고 말하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

내겐 자연스러운 행동인데, 누군가는 칭찬하거나 감탄하는 영역






나의 강점을 찾는 3가지 질문



1. “최근 한 달 동안, 스스로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 예: 팀플에서 PPT 구조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고 만족했던 순간


2. “다른 사람이 내게 자주 부탁하거나 맡기는 역할은?”

→ 예: 발표, 정리, 리더 역할, 분위기 조율자 등


3. “그 일을 할 때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 예: ‘정리가 되면 속이 시원하다’,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






강점은 훈련보다 ‘해석’이 먼저다



강점을 키우려는 대부분의 시도는 '연습'과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진로설계에서의 강점은 ‘훈련’이 아니라 ‘해석’의 문제다.
이미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반응하는 방식, 내가 집중하게 되는 상황이
곧 나만의 강점 레이더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ENTP 성향을 가진 나는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말로 풀고 정리하는 데 능숙하며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사고를 확장시키고

한 가지보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기획하는 상황에서 에너지가 높아진다.


이러한 ‘나도 모르게 자주 하게 되는 행동’이
바로 나의 무의식적 강점이다.






강점은 나만의 언어로 기록되어야 한다



강점을 안다는 것은 단지 스펙상 항목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진로설계의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은 작업이 중요하다.


1. 나의 강점을 문장화한다.

“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핵심을 정리하는 데 강점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낯선 사람과도 빠르게 연결감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나는 다양한 정보를 연결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자연스럽다.”


2. 강점의 기원을 추적한다.

언제부터 이런 행동을 자주 했는가?

어떤 상황에서 이 강점이 특히 잘 드러나는가?


3. 강점 기반 진로선택 기준을 만든다.

이 강점을 가장 자주 활용할 수 있는 직무는 무엇인가?

강점을 억제하거나 사라지게 만드는 환경은 무엇인가?






강점은 성격과 욕구의 연결지점이다



결국 강점은 성격적 경향성과 욕구의 실천적 발현이다.


외향적인 성격은 ‘표현’의 강점으로,

안정 욕구가 높은 사람은 ‘조직적 실행’의 강점으로,

인정 욕구가 높은 사람은 ‘기획과 피칭’의 강점으로 드러난다.


즉, 강점은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지를 통합하는 실마리다.
그래서 강점은 진로설계의 강력한 나침반이 된다.









⑦ 성장과 서사의 연결

– 나의 정체성 내러티브 만들기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가장 단순하면서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면접장에서, 혹은 자기 성찰의 밤에…
이 질문 앞에서 많은 이들이 멈칫거린다. 왜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수많은 정보는 가지고 있지만,
그 정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사람은 사건이 아니라 ‘서사’로 기억하는 존재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때 발표를 잘해서 칭찬받은 일

고등학교 때 친구를 도와 시험 공부를 가르쳐준 일

대학에서 팀프로젝트를 리드하며 갈등을 조율했던 경험


이 각각은 독립된 사건이지만,
그 안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포착하는 순간,
그것은 ‘정체성 내러티브’로 바뀐다.


즉,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고 조율하려 했던 사람이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의 불안을 잘 캐치하고 안정감을 주려는 성향이 강했다.”
“나는 언제나 결과보다 과정에서의 공정함과 의미를 중시했다.”


이처럼,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정체성은 나의 삶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정체성 내러티브의 3가지 요소



1. 반복된 행동 패턴

무엇을 자주 시도했는가?

어떤 역할을 자주 맡았는가?

그 행동을 통해 어떤 성과나 피드백을 경험했는가?



2. 내면의 태도와 감정 흐름

어떤 감정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가? (예: 책임감, 두려움, 기대감, 죄책감 등)

어떤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3. 내가 부여한 의미와 해석

그때의 행동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그 사건은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기억을 연결하라: 인생은 단편이 아니라 서사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중요한 한 장면’으로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정체성 내러티브는 단일 사건의 감동이 아니라, 삶 전체의 맥락을 해석하는 힘이다.


예를 들어,

중학교 때 발표에 자신이 없어 늘 피했던 내가,

고등학교에서 친구들과 동아리 회장을 맡게 되었고,

대학에서는 대외활동에서 직접 발표 자료를 만들어 피칭까지 하며

지금은 팀원들의 발표를 코칭하는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면,



이건 단지 ‘말을 잘하게 된 이야기’가 아니라,
‘두려움을 성장을 통해 극복해온 과정에서 형성된 자기 정체성’이다.


이렇게 축적된 경험이 진로의 방향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서사로서의 나는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진로 앞에서 덜 흔들린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해하고,

앞으로도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인지 명확하기 때문이다.


정체성 내러티브는

자기소개서의 핵심 메시지를 만들고,

면접에서 답변의 뼈대를 세우며,

커리어의 변화 앞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자기 기준의 나침반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답하기 위한 실습



아래와 같은 형식으로 자신의 정체성 내러티브를 써보자.


[1] 반복된 장면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늘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조율자 역할을 맡곤 했다."


[2] 내가 느낀 감정
"처음엔 피곤하고 번거롭다고 생각했지만, 나로 인해 분위기가 정리되는 것을 느끼면 묘한 뿌듯함을 느꼈다."


[3] 내가 부여한 의미
"나는 사람들이 더 잘 협업하도록 돕는 데 의미를 느끼는 사람이고, 그래서 기획이나 조정 역할에 흥미를 느낀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정체성은 내가 스스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ENTP 성향과 정체성 내러티브의 연결



예를 들어 ENTP인 내가 경험한 서사를 돌아보자.

항상 ‘왜?’라는 질문으로 사람들을 당황시키던 초등학생

학교 축제에서 아무도 안 하던 기획을 제안하고 실행했던 고등학생

대학에서 발표와 토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했던 청년


이 모든 기억이 말해주는 건
“나는 기존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과 실험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내가 진로를 선택할 때 ‘새로움’, ‘자유도’, ‘영향력’이라는 키워드를 중시하도록 만든다.






마무리: 내 정체성 서사는 진로의 나침반이다



진로란 단순히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이야기로 나를 정의하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반복된 경험

감정의 흐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가 함께 엮여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결국
"나는 어떤 이야기를 써왔고, 앞으로 어떤 서사를 계속 쓰고 싶은가"라는 질문이다.


이제, 당신 차례다.
당신의 내러티브는 어떤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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