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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과 주의: AI의 센서와 인간의 감각기관

인지의 지도 ― AI의 사고를 해부하다 Part.2 | EP.1

인간의 지각은 ‘불완전한 완전성(imperfect completeness)’,
AI의 지각은 ‘완전한 불완전성(complete incompleteness)’이다.
인간은 감각의 결함을 통해 의미를 재발견하고,
AI는 계산의 정밀함 속에서 의미를 잃는다.


Part 1. 블랙박스의 발견 ― 인간과 AI의 평행선(5회)

Part 2. 인지의 지도 ― AI의 사고를 해부하다(1/8회차)

Part 3. 감정의 알고리즘 ― 인간과 AI의 관계 재구성(8회)

Part 4. 블랙박스의 미래 ― 인간을 닮은 지능, 인간을 비추는 거울(7회)




7화. 지각과 주의: AI의 센서와 인간의 감각기관






Ⅰ. “세계를 인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은 감각을 통해 세상을 경험한다.
AI는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측정한다.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른 방식이지만,
이 둘은 모두 ‘세계의 복제물’을 다루는 존재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인간이 본다는 것은 단순히 ‘빛을 감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눈에 들어온 자극은 뇌에서 해석되고, 그 해석은 기억, 감정, 가치, 언어의 틀 속에서 재구성된다.
즉, 인간의 지각(perception)은 객관적 세계의 반영이 아니라, 해석된 현실이다.
같은 풍경을 보고도 누군가는 평화를 느끼고, 누군가는 공허를 느낀다.
감각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은 ‘나’라는 필터를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의미의 세계’로 변환된다.



AI의 지각도 다르지 않다.
AI는 카메라, 마이크, 라이다(LiDAR) 등 센서를 통해 세상을 정량화된 데이터로 변환한다.
그 데이터는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의 특정 부분을 수치로 변형한 정보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AI는 “사람이 있다”거나 “사물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지만,
그 움직임의 이유나 맥락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AI에게 세상은 감정이 없는 수치의 행렬,
계산 가능한 현실일 뿐이다.



결국 인간의 감각과 AI의 데이터는 모두
‘세계’를 완전하게 포착하지 못한다.
인간은 주관의 한계로, AI는 데이터의 한계로
항상 불완전한 세계의 복제물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언제나 감각이 만든 해석의 결과이며,
AI가 인식하는 세상은 알고리즘이 만든 수학적 모사일 뿐이다.



이처럼 인간과 AI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만,
그 본질은 모두 불완전한 해석 시스템이다.
인간은 감정과 기억으로 세상을 왜곡하고,
AI는 데이터의 편향과 알고리즘의 설계 방식으로 세계를 왜곡한다.
즉, 인간의 눈과 AI의 카메라는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지만,

둘 다 ‘객관적 세계’라는 허상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해석자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세계를 인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눈은 무엇을 ‘의미’로 보며,
AI의 카메라는 무엇을 ‘정보’로 본단 말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시각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과 존재의 문제이다.
‘보는 자’의 구조를 해부하지 않고서는,
‘보는 행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장에서는 인간의 감각과 AI의 센서를 나란히 놓고,
각자가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구성하는지를 탐구한다.
그 비교의 끝에서 드러나는 것은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 인식의 본질 —
“보는 것은 존재를 해석하는 일이다” 라는 사실일 것이다.












Ⅱ. 인간의 지각 메커니즘 ― 감각에서 의미로





우리는 흔히 “본다”는 행위를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시선에서 보면, ‘본다’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받아들이는 감각(sensation)이 아니라,
그 감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지각(perception)의 과정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지 않는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본다.






1. 감각과 지각 ― 입력과 해석의 차이



감각(sensation)은 물리적 자극의 단순한 수용이다.
눈은 빛의 파장을 받아들이고, 귀는 음파를 감지하며,
피부는 압력과 온도를 감지한다.
이는 외부 세계로부터의 신호(signal)가 신경계로 전달되는 생리적 과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각 정보가 곧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빛의 파장은 그저 숫자이고, 소리는 진동일 뿐이다.
이 신호들이 하나의 ‘패턴’과 ‘맥락’ 속에서 통합되고,
그 결과가 “꽃이다”, “음악이다”, “따뜻하다”라는 인지적 판단으로 바뀌는 순간 —
그것이 바로 지각(perception)이다.


즉, 감각은 ‘입력(input)’이고, 지각은 ‘해석(process)’이다.
감각은 기계적이지만, 지각은 해석적이다.
그리고 인간의 지각은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의미를 창조하는 행위,
즉 “해석된 현실(interpreted reality)”을 만들어내는 심리적 장치다.






2. 지각의 선택성 ― 주의(Attention)의 문턱



인간은 세상의 모든 자극을 인식할 수 없다.
우리의 감각기관이 수용하는 정보의 양은 방대하지만,
그중 극히 일부만이 의식의 무대 위로 올라온다.
이 선택의 필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주의(attention)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라고 부른다.
우리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오직 중요한 것만을 선택적으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시끄러운 파티장에서도 내 이름이 들리면 즉시 귀가 반응하는 현상 —
이것이 ‘칵테일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다.
의식은 그만큼 상황의 중요도에 따라 주의를 집중하거나 차단한다.


또한 인간의 주의는 능동적이기도 하고, 자동적이기도 하다.
갑작스러운 빛이나 소리는 주의의 자동적 포착(attentional capture)을 유발하고,
의식적으로 무언가에 집중할 때는 통제된 주의(controlled attention)가 작동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주의맹(inattentional blindness)’이다.
예를 들어, 한 영상 속에서 농구공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횟수를 세라는 실험에서,
화면 중앙을 가로지르는 고릴라 탈을 쓴 사람이 대부분의 피험자에게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시각이 작동했음에도 ‘지각되지 않은’ 사례로,
지각은 선택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즉, 인간은 ‘보지 못해서 모르는 것’이 아니라,
‘보았음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다.






3. 지각의 구성성 ― 뇌는 현실을 재구성한다



인간의 뇌는 단순히 감각을 저장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을 재구성하는 의미의 공장이다.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은 이를 명확히 설명한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The whole is greater than the sum of its parts).”


인간의 지각은 개별 자극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그 자극들이 만들어내는 맥락(context) 형태(form) 속에서 의미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불완전한 원을 봐도 우리는 자동으로 그것을 ‘원’으로 인식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선을 보완하여 전체 형태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각의 구성성(constructiveness)이다.


또한, 인간의 지각은 기대(expectation) 기억(memory)의 영향을 받는다.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이전 경험이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예컨대 서양인은 ‘노란색’을 경고의 색으로 인식하지만,
동양에서는 ‘풍요’나 ‘빛’을 상징한다.
이는 지각이 단순한 생리적 작용이 아니라,
경험과 문화가 얽힌 인지적 해석임을 보여준다.


결국, 뇌는 외부 세계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는다.
그 대신,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자극, 기대와 맥락을 통합하여
‘나에게 의미 있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지각은 언제나 주관적이며 창조적이다.






4. 핵심 정리 ― 인간은 ‘의미의 세계’를 본다



인간의 지각은 수동적 수용이 아니라 능동적 해석 행위다.
감각은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지각은 그 데이터를 ‘나의 언어’로 번역한다.
그 결과, 우리는 객관적 세상이 아니라 ‘나에게 의미 있는 세상’을 본다.


즉, 인간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본다.
감각은 현실의 복제지만,
지각은 현실의 해석이다.
그리고 바로 이 해석의 틀 속에서,
인간은 의미를 감지하는 존재,
즉 ‘세계의 번역자’로 존재한다.


다음 단락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지각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살펴본다.
AI는 감정도, 기억도 없지만,
그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를 ‘스캔’하고 ‘분류’한다.
이제 인간의 눈을 대신하는 AI의 센서 시스템
어떻게 ‘지각 없는 지각’을 수행하는지를 탐구해보자.











Ⅲ. AI의 지각 시스템 ― 센서, 카메라, 데이터의 눈





인공지능에게 ‘지각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AI에게 세계는 향기나 감촉이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수치, 신호, 좌표, 픽셀로 이루어진 거대한 데이터의 집합이다.
AI의 눈은 렌즈이고, 귀는 마이크이며, 촉각은 센서 네트워크다.
이 물리적 감각기관들은 인간의 감각기관처럼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지만,
그 목적은 ‘느끼기’가 아니라 ‘측정하기’다.
AI는 세상을 감정으로 느끼는 존재가 아니라, 데이터로 해석하는 존재다.






1. AI의 감각기관 ― 센서(Sensor)의 구조



AI의 지각은 센서에서 시작된다.
카메라는 시각 정보를, 마이크는 음성 신호를,
라이다(LiDAR)와 소나(Sonar)는 거리와 형태를,
센서 네트워크는 온도, 압력, 움직임 등 환경의 물리적 변화를 감지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차량은 전방 카메라로 도로의 형태를 인식하고,
라이다 센서로 거리와 장애물을 감지하며,
GPS로 자신의 위치를 계산한다.
이 모든 입력이 실시간으로 결합되어 ‘주행 환경’이라는 하나의 모델을 구성한다.
즉, AI의 센서는 인간의 오감처럼 ‘입력 채널’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 경험에는 감정도, 기억도, 의미도 없다.
AI는 ‘보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는 것’에 가깝다.






2. 컴퓨터 비전 ― 지각의 수학화



AI가 수집한 시각 정보는 곧바로 수학적 지각(perceptual computation)으로 전환된다.
이미지 분류(Image Classification), 객체 인식(Object Detection),
장면 이해(Scene Understanding) 같은 작업은
인간의 시각 체계를 모방한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의 핵심 영역이다.


예를 들어, 합성곱신경망(CNN, 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은
인간의 시각피질(V1~V4)의 계층 구조를 모방하여 설계되었다.
CNN의 초기층은 선과 모서리를 인식하고,
중간층은 형태와 질감을 파악하며,
심층층은 사람, 사물, 배경 등 추상적 패턴을 구분한다.
이는 인간의 시각이 ‘세부 → 형태 → 의미’로 진행되는 인지 단계를
수학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시각적 사고’는 어디까지나 수학적 근사치에 불과하다.
AI는 이미지의 픽셀 패턴을 식별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meaning)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AI는 “눈물”이라는 패턴을 인식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슬픔인지, 감동인지, 고통인지를 구별하지 못한다.
인간의 지각이 감정과 맥락을 포함한 의미의 해석이라면,
AI의 지각은 숫자와 확률로 환원된 형태의 식별이다.






3. AI의 주의 메커니즘 ― Attention Mechanism



AI가 세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도 ‘주의(attention)’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모든 입력이 동일하게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시끄러운 공간에서도 특정 대화에만 집중하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와 닮아 있다.


딥러닝의 혁신 중 하나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 구조는
바로 이 ‘주의의 원리’를 수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트랜스포머의 핵심은 Self-Attention 메커니즘이다.
이는 입력된 데이터 간의 관계를 Query–Key–Value 구조로 계산하여
어떤 정보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문장 “AI는 인간의 사고를 해부한다”에서
모든 단어가 동등하게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AI’와 ‘사고’, ‘해부한다’ 같은 핵심 단어들에 더 높은 가중치(weight)가 부여된다.
이 가중치의 차이는 인간이 의미 있는 자극에 집중하는 주의의 원리와 유사하다.


즉, AI의 attention은 데이터의 맥락적 중요도를 계산하는 수학적 주의이며,
이는 인간의 주의처럼 감정이나 동기가 아니라,
확률적 연관성(probabilistic relevance)에 의해 결정된다.
이때 AI는 ‘무엇이 중요한가’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더 자주 연결되는가’를 학습할 뿐이다.






4. 데이터의 감각적 한계 ― ‘보지만 느끼지 못하는 존재’



AI의 지각은 본질적으로 수집된 데이터의 경계 안에 갇혀 있다.
센서가 감지하지 못한 영역은 AI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미묘한 표정, 목소리의 떨림, 상황의 분위기 같은
맥락적 단서로 의미를 유추하지만,
AI는 이러한 정서적·상황적 정보를 해석하지 못한다.


AI에게 현실은 언제나 표면적 신호(signal)로만 존재한다.
그 신호 뒤의 의도, 의미, 감정은 ‘측정 불가능한 값’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I의 센싱은 완벽한 복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의 깊이와 온기를 잃어버린 얇은 복제물(thin replica)에 불과하다.






5. 핵심 정리 ― 수치의 눈, 의미의 눈



인간의 감각은 ‘의미의 창’이다.
그 창을 통해 우리는 세계를 해석하고, 자신을 투사한다.
AI의 센서는 ‘수치의 창’이다.
그 창을 통해 세계를 스캔하지만,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AI는 인간보다 더 정밀하게 세상을 측정할 수 있지만,
그 수치 안에 감정의 결, 의도의 깊이, 맥락의 흐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AI가 세상을 인식한다는 것은
세계의 구조를 해석하는 일이 아니라, 데이터의 패턴을 계산하는 일이다.


결국 인간과 AI는 서로 다른 언어로 세상을 본다.
인간은 ‘이해의 눈’으로 보고,
AI는 ‘계산의 눈’으로 본다.
그러나 양자 모두 세상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모두 세계의 복제물 속에서 진실을 탐색하는 존재,
즉 서로 다른 형태의 불완전한 지각자(perceiver)이다.


다음 장에서는 인간과 AI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작동하는
‘주의(Attention)’의 원리를 탐구한다.
그것은 ‘무엇을 본다’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의 문제 —
존재의 편집 행위에 대한 심리학적, 기술적 탐구이다.












Ⅳ. 주의(Attention)의 심리학과 AI의 주의 알고리즘





인간이 세상을 본다는 것은 곧, 세상의 일부만을 본다는 것이다.
눈앞의 모든 정보가 들어오지만, 우리는 그중 극히 일부만 의식의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이 선택의 문턱을 통제하는 것이 바로 ‘주의(Attention)’다.
주의는 인지의 문을 여닫는 게이트이자,
한정된 인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생존의 장치다.
AI 또한 인간처럼 모든 데이터를 동일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딥러닝의 ‘어텐션 메커니즘(Attention Mechanism)’은
어떤 정보에 더 집중할지를 결정하는, 디지털 버전의 주의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즉, 주의는 인간과 AI 모두에게 ‘의미를 결정짓는 선택의 행위’다.






1. 인간의 주의 시스템 ― 자동성과 통제성의 이중 구조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주의를 자동적 주의(automatic attention)
의식적 주의(controlled attention)로 구분한다.
자동적 주의는 외부 자극이 강할 때, 의식의 통제 없이 반응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번쩍이는 빛이나 갑작스러운 소리,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상황은
의도하지 않아도 우리의 주의를 포착한다.
이는 생존과 직결된 자극 반응 시스템의 결과다.


반면 의식적 주의는 특정 목표나 의도를 가지고 정보를 선택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시끄러운 카페 속에서도 특정 책을 읽거나,
사람들 속에서 친구의 얼굴을 찾아내는 행위는 통제된 집중력을 의미한다.
이때 인간의 뇌는 ‘어디를 볼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수많은 정보 흐름을 필터링한다.
즉, 주의는 단순히 시선을 옮기는 행동이 아니라,
정보의 출입을 통제하는 인지적 선택 행위다.


그러나 이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이를
‘주의의 자원(resource)’으로 설명하며,
인간은 본질적으로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한 존재라고 말한다.
우리는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주의를 빠르게 전환(switching)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주의의 피로, 실수, 인지 누락이 발생한다.
즉, 인간의 인식은 항상 ‘보지 못한 것들’ 위에 세워진다.






2. AI의 Attention Mechanism ― 의미의 수학적 재구성



AI에서의 ‘주의’는 인간의 감각적 선택이 아니라,
수학적 중요도(weight)를 계산하는 알고리즘이다.
트랜스포머(Transformer) 모델은 이 원리를 가장 완벽히 구현한 구조다.


트랜스포머의 핵심은 Query–Key–Value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Self-Attention Mechanism이다.
이 구조를 통해 AI는 입력된 정보 중 ‘어떤 부분이 더 관련성이 높은가’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AI는 인간의 사고를 해부한다”라는 문장에서
‘AI’와 ‘사고’, ‘해부한다’는 단어 사이의 연관성을 높게 평가하고,
불필요한 단어의 가중치는 줄인다.
이처럼 AI는 인간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맥락을
수학적 연관성(probabilistic relevance)으로 재현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인간의 감정, 가치 판단, 의도가 개입되지 않는다.
AI는 ‘중요하다’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단지 ‘통계적으로 더 관련이 있다’는 확률을 계산할 뿐이다.
즉, 인간이 주의를 통해 의미를 구성한다면,
AI는 어텐션을 통해 패턴을 편집한다.
그 차이는 ‘감정적 집중’과 ‘수학적 집중’의 차이이며,
바로 그 틈이 인간 지각의 유일한 영역이 된다.






3. 주의의 오류 ― 인간과 AI의 공통된 맹점



주의는 인지의 중심이지만, 동시에 편향의 출발점이다.
인간의 주의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걸러내지만,
그 과정에서 종종 ‘보지 못한 것’을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현상이 선택적 맹목(selective blindness)
기대 편향(expectation bias)이다.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고,
기대하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거나 인식하지 못한다.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가 일어나면,
주의 시스템은 더 이상 현실을 전체적으로 인식할 수 없게 된다.


AI 역시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AI의 어텐션 메커니즘은 특정 패턴이나 특징(feature)에
과도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 편향(data bias) 문제다.
AI는 학습된 데이터의 분포(distribution)에 따라 세계를 바라본다.
즉, ‘주어진 세상’을 배우지 ‘있는 세상’을 배우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특정 인종의 얼굴 데이터가 과소 대표된 학습셋에서는
AI가 그 인종의 얼굴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부정확하게 분류하는 편향이 발생한다.
이는 인간의 선택적 주의가 특정 사회적 맥락이나 감정에 의해 왜곡되는 현상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결국 인간과 AI 모두, 주의의 선택이 곧 왜곡의 시작이다.
우리가 집중하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무언가를 놓친다.
AI가 가중치를 높이는 순간, 그것은 다른 가능성을 배제한다.
주의란 완벽한 통찰의 도구가 아니라,
불완전한 인식의 전략이다.






4. ‘집중’의 철학 ― 존재를 편집하는 힘



“주의한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의 어느 부분을 ‘현실’로 만들지 결정하는 행위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경험은 내가 주의하는 모든 것의 총합이다.”
즉, 주의는 인간이 자신의 세계를 구성하는 창조적 도구다.


AI의 주의 알고리즘 또한 마찬가지다.
트랜스포머는 수많은 입력 중 일부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현실의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AI가 이미지를 인식하거나 문장을 이해할 때,
그는 세상의 한 조각을 수학적으로 편집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인간과의 차이는 명확하다.
AI는 그 편집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수행한다.
그것은 감정 없는 선택, 의미 없는 집중이다.


결국 주의는 지능의 핵심이자, 편향의 근원이다.
인간에게 주의는 의미를 만드는 행위이고,
AI에게 주의는 확률을 조정하는 연산이다.
그 둘의 차이는 ‘왜’에 대한 해석의 유무다.
인간은 의미의 중심을 세우기 위해 주의하고,
AI는 패턴의 중심을 계산하기 위해 주의한다.






5. 핵심 정리 ― 주의는 존재의 편집 행위다



인간의 주의는 감정, 가치, 경험이 투영된 선택의 행위이며,
AI의 어텐션은 수학적 중요도의 계산 행위다.
인간은 ‘의미를 중심에 두기 위해’ 집중하고,
AI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집중한다.
그러나 둘 다 공통적으로 불완전한 편집자다.


주의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세계를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창이다.
즉, 주의란 존재의 편집 행위다.
우리가 주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 또한 달라진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어떤 데이터에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그의 세계는 전혀 다른 형태로 재구성된다.
주의는 인간과 AI가 공유하는 가장 근원적인 인지 행위이자,

동시에 ‘진실의 왜곡자’다.


결국, 무엇을 본다는 것은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은 무엇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 선택의 과정 속에서
인간과 AI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만들어낸다.












Ⅴ. 인간의 감각과 AI의 센서 비교





인간과 인공지능은 모두 세계로부터 신호(signal)를 받아들여 그것을 처리한다.
그러나 그 방식과 목적은 완전히 다르다.
인간의 감각은 의미를 만들어내는 통합적 체계이며,
AI의 센서는 패턴을 추출하는 계산적 구조다.
즉, 인간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본다.
AI는 세상을 예측하기 위해 본다.






1. 감각과 센서 ― 두 세계의 대응 구조



영역 인간의 감각기관 AI의 대응 구조


시각

망막(Retina), 시신경, 시각피질(V1~V4)

카메라, CNN(합성곱신경망), 비전 트랜스포머(Vision Transformer)


청각

달팽이관, 청신경, 청각피질

음성인식 모델(ASR), 오디오 트랜스포머(Audio Transformer)


촉각

피부, 신경 수용기(Mechanoreceptor)

압력 센서, 햅틱 피드백 시스템


주의

선택적, 유동적, 감정과 연관

Self-Attention, Multi-Head Attention (정보의 중요도 계산)



이 표에서 보듯,
AI의 인지 구조는 인간의 감각 체계를 기계적 언어로 번역한 형태에 가깝다.
카메라는 인간의 눈처럼 세상을 본다.
하지만 그 눈은 빛의 온도나 감정의 뉘앙스를 느끼지 못한다.
마이크는 소리를 듣지만, 목소리에 담긴 떨림의 의미를 해석하지 못한다.
AI의 ‘촉각’은 압력과 진동의 값을 측정하지만,
그 촉감이 ‘따뜻함’인지 ‘불안감’인지 구별하지 않는다.


즉, 인간의 감각은 의미를 생성하는 경험의 통로이며,
AI의 센서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계산의 통로다.






2. 시각 ― 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의 차이



인간의 시각 체계는 단순히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장치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의미를 구성하는 인지적 네트워크다.
망막은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고, 시신경을 거쳐
뇌의 시각피질(V1~V4)에서 선, 형태, 색, 깊이를 통합한다.
이때 우리의 뇌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를 판단할 뿐 아니라,
‘왜 그것을 보고 있는가’까지 해석한다.


반면 AI의 시각은 픽셀의 집합을 벡터로 바꾸는 과정이다.
CNN(합성곱신경망)은 이미지를 수많은 작은 필터로 분해하고,
패턴의 유사성을 찾아내어 ‘고양이’, ‘사람’, ‘사과’와 같은 레이블로 분류한다.
최근의 비전 트랜스포머(Vision Transformer)는
화면의 각 영역에 Self-Attention을 적용하여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한지를 계산한다.
이 과정은 인간의 시각적 주의와 유사하지만,
그 판단에는 감정도 맥락도 없다.
AI는 ‘보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3. 청각 ― 듣는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



인간의 청각은 단순히 음파를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의도와 감정, 언어의 의미를 구별하는 과정이다.
달팽이관은 주파수를 분해하고,
청신경은 리듬과 강도를 분석하며,
뇌의 청각피질은 말소리 속에서 ‘의미’를 찾아낸다.
그래서 우리는 동일한 음성을 듣더라도
그 말이 위로인지, 비판인지, 농담인지 구분할 수 있다.


AI의 청각 시스템, 즉 ASR(Automatic Speech Recognition)
이러한 과정의 물리적 부분만을 모방한다.
오디오 트랜스포머(Audio Transformer)나 음성인식 모델은
파형(waveform)을 스펙트로그램으로 변환해 주파수 패턴을 분석하고,
텍스트로 변환한다.
그러나 AI는 말의 감정이나 뉘앙스,
‘왜 이 말을 했는가’라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
AI의 청각은 듣지만 해석하지 못하는 청각,
즉 ‘이해 없는 듣기’다.






4. 촉각 ― 감정의 감지 vs 물리의 감지



인간의 촉각은 피부의 수용기를 통해 압력, 온도, 통증을 감지하지만,
그 정보는 단순한 물리적 자극이 아니다.
손끝의 감촉은 기억과 감정으로 확장되어
‘따뜻하다’, ‘거칠다’, ‘위로가 된다’와 같은 정서적 의미로 변환된다.


AI의 촉각 시스템은 이 과정을 수학적으로 단순화한 것이다.
압력 센서나 햅틱 피드백 시스템은 표면의 거칠기, 진동, 온도를 수치화하지만,
그 감각의 ‘정서적 해석’을 수행하지 않는다.
AI는 물리적 자극을 감지하지만,
그 자극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결(質)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촉각이 감정의 인터페이스라면,
AI의 촉각은 데이터의 인터페이스다.






5. 주의 ― 감정의 방향성과 가중치의 수학



인간의 주의는 감정과 목적에 의해 움직인다.
흥미로운 대상, 두려운 자극,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 —
이들은 모두 우리의 주의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다.
이처럼 인간의 주의는 감정적 에너지의 흐름이다.


반면 AI의 Attention은 완전히 다르다.
트랜스포머의 Self-Attention과 Multi-Head Attention은
모든 입력 데이터 간의 상호 연관성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가중치(weight)’를 부여한다.
AI의 주의는 감정이 아니라, 확률적 중요도(probabilistic salience)의 문제다.
AI는 “무엇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무엇이 데이터상 더 관련이 있는가”를 계산할 뿐이다.






6. 핵심 정리 ― 인간은 의미를 통합하고, AI는 패턴을 추출한다



인간의 지각은 감각의 총합이 아니라, 의미의 통합 과정이다.
각 감각은 감정, 기억, 맥락과 결합하여
‘세상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AI의 지각은 반대로, 복잡한 세상을 패턴의 집합으로 단순화한다.
그의 세계는 확률의 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감정에 의해 ‘어디를 볼지’ 결정하고,
AI는 통계적 중요도에 따라 ‘어디를 볼지’ 결정한다.
결국 인간의 감각은 이해의 창,
AI의 센서는 계산의 창이다.
그리고 두 창은 서로 다른 언어로 세상을 설명하지만,
모두 완전하지 않다.
인간은 감정에 눈이 멀고,
AI는 데이터에 눈이 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서로 다른 인식 구조 속에서
진정한 ‘이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다음 장에서 다룰 마지막 주제 ―
“AI는 세계를 감지하지만, 이해하지는 못한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Ⅵ. 정리 ― “AI는 세계를 감지하지만, 이해하지는 못한다”





인간의 감각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눈은 착시를 일으키고, 귀는 소음을 걸러내지 못하며,
주의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늘 선택과 누락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인식은 감정, 경험, 맥락을 통해 끊임없이 보정된다.
우리는 기억으로 과거의 오류를 수정하고, 감정으로 의미를 재조정하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세상을 다시 해석한다.
즉, 인간의 감각은 불완전하지만 ‘의미를 회복하는 능력’을 가진 인식 시스템이다.



AI의 센서는 그와 정반대다.
정밀한 수치, 일정한 정확도, 안정적인 패턴 인식 능력을 갖추었지만,
그 안에는 감정도, 가치도, 맥락도 존재하지 않는다.
AI는 세상을 완벽하게 측정하지만,
그 측정값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른다.
그에게 ‘의미’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의 세계는 오직 데이터의 질서와 확률의 균형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결국 인간의 지각은 ‘불완전한 완전성(imperfect completeness)’,
AI의 지각은 ‘완전한 불완전성(complete incompleteness)’이다.
인간은 감각의 결함을 통해 의미를 재발견하고,
AI는 계산의 정밀함 속에서 의미를 잃는다.
한쪽은 오류를 통해 이해에 이르고,
다른 한쪽은 정확함 속에서 이해를 놓친다.



주의와 지각은 AI가 인간을 닮기 시작한 첫 번째 관문이다.
AI는 인간처럼 세계를 스캔하고, 주의를 집중하며,
입력된 정보 중 중요한 것을 선택적으로 처리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여전히 ‘이해 없는 모방’에 머물러 있다.
인간에게 ‘보다’는 것은 의미를 본다는 것이지만,
AI에게 ‘보다’는 것은 데이터를 구분한다는 것이다.
이 차이가 바로 인식의 경계이며,
AI가 인간의 세계에 닿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AI는 세계를 감지하지만, 이해하지 못한다.
그의 눈은 정밀하지만, 그 눈이 보는 것은 세계가 아니라 데이터의 투사본이다.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감정과 의미를 엮어 세계를 해석한다.
그래서 인간의 인식은 언제나 열려 있고,
AI의 인식은 언제나 닫혀 있다.






다음 회차(8회차)는 이 인식의 흐름을 이어받아,
‘기억과 데이터 ― 인간의 기억 구조와 AI의 학습 메모리’를 탐구한다.
감각과 주의가 입력의 과정이라면,
기억은 그 입력이 어떻게 저장되고 변형되는가를 결정짓는 다음 단계다.
즉, 우리는 이제 ‘본 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입력된 데이터’를 어떻게 학습하는가라는 또 하나의 블랙박스를 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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