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렉스 Nov 03. 2019

20. 익숙하지만 낯선

2019년 10월 25일 금요일

그릉이가 퇴원하고 처음 맞는 아침. 


아직은 불안감이 있는지.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다급하게 그릉이가 있는 방에 가 본다.

벌써부터 식빵을 굽고 있다. 


잘 잤니 아들?

집에 오니 뭔가 편안해보인다.



병원에서 잘 먹었다던

로얄캐닌 마더앤베이비캣 습식 캔을 줬다.


아픈 애가 맞는지 모를 정도로,

폭풍흡입을 하신다.



병원에서 꽤 오래 있었기에

그릉이에게는 병원 냄새도 베어있었고,

사지를 가누지 못해서 배와 엉덩이에는

변 냄새도 많이 났지만,

아직 씻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일단 그대로 두었었다.


고양이도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에,

두 마리의 냥이들이 살기 위해서는

다시 처음부터 합사를 시켜야했다.


합사 1단계.

서로가 보이되 물리적으로만 막아서,

서로의 냄새가 익숙해지도록 네트망 설치.


애용이는 다리가 짧아 점프력이 약하고,

그릉이는 아직 환묘이니까.

네트망을 1단만 설치해뒀었다.


몇 시간 후, 

그릉이는 어느새 네트망 1단을 뛰어넘어있었다. 


아. 생각보다 힘이 생겼구나. 

기쁜 마음과 걱정된 마음을 동시에 가지며, 

네트망 위로 1단을 추가해서 올렸다. 


또 몇 시간 후, 

아뿔싸.. 네트망 옆 빈 공간을 비집고 또 밖으로 나왔다. 



세상 모르고 자던 애용이.

어디선가 풍겨오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냄새.


어디서 본 건 같은데,

냄새는 너무나 낯설고.


마주치면 그릉이는 몸을 숙이는데,

애용이는 하악하며 거리를 두는...


예상보다 빠르게 

둘의 조우가 시작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19. 서툴러서 미안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