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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 Nov 03. 2019

20. 익숙하지만 낯선

2019년 10월 25일 금요일

그릉이가 퇴원하고 처음 맞는 아침. 


아직은 불안감이 있는지.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다급하게 그릉이가 있는 방에 가 본다.

벌써부터 식빵을 굽고 있다. 


잘 잤니 아들?

집에 오니 뭔가 편안해보인다.



병원에서 잘 먹었다던

로얄캐닌 마더앤베이비캣 습식 캔을 줬다.


아픈 애가 맞는지 모를 정도로,

폭풍흡입을 하신다.



병원에서 꽤 오래 있었기에

그릉이에게는 병원 냄새도 베어있었고,

사지를 가누지 못해서 배와 엉덩이에는

변 냄새도 많이 났지만,

아직 씻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일단 그대로 두었었다.


고양이도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에,

두 마리의 냥이들이 살기 위해서는

다시 처음부터 합사를 시켜야했다.


합사 1단계.

서로가 보이되 물리적으로만 막아서,

서로의 냄새가 익숙해지도록 네트망 설치.


애용이는 다리가 짧아 점프력이 약하고,

그릉이는 아직 환묘이니까.

네트망을 1단만 설치해뒀었다.


몇 시간 후, 

그릉이는 어느새 네트망 1단을 뛰어넘어있었다. 


아. 생각보다 힘이 생겼구나. 

기쁜 마음과 걱정된 마음을 동시에 가지며, 

네트망 위로 1단을 추가해서 올렸다. 


또 몇 시간 후, 

아뿔싸.. 네트망 옆 빈 공간을 비집고 또 밖으로 나왔다. 



세상 모르고 자던 애용이.

어디선가 풍겨오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냄새.


어디서 본 건 같은데,

냄새는 너무나 낯설고.


마주치면 그릉이는 몸을 숙이는데,

애용이는 하악하며 거리를 두는...


예상보다 빠르게 

둘의 조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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