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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그네 한 Jul 18. 2022

중 2병

우리 때는 없었던 신조어.

학창시절 자주 다니던 어느 분식집 - 출처: 네이버


중 2 시절. 아버지의 사업으로 인해 정들었던 친구와 학교를 떠나 경기도의 작은 시에서 서울로 전학을 했다. 큰 운동장의 학교. 남녀공학만 다니던 내가 전학 간 곳은 한 학년에 500-600명의 남학생만 모여있는 학교였다. 앞뒤 좌우를 둘러보아도 오직 짧은 스포츠머리의 남학생들만 보이는 것이 한동안 나에겐 어색하기만 했다. 그런데 서울의 대부분 중고등학교는 그러했다. 가장 자유로울 것 같았던 서울 중학교의 모습은 나에겐 가장 보수적이었던 것이다.


야. OO 촌놈!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이 서울 사람이라는 조금은 쓸데없는 '자부심'이 있었다. 난 서울의  어느 중학교에 전학한 후 말로만 듣던 '서울 텃세'를 경험하였다. 나의 배경은 전남 광주 그리고 경기도의 작은 도시였다. 난 어떠한 사투리를 쓰지 않았지만 아이들로부터 "OO 촌놈"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6개월 정도는 지나서야 난 서울 사람으로 인정(?) 받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를 놀리던 아이들이 내가 시골에서 왔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이다.


OOO가 우리 반 짱이야!(사실 갠 왕따야!)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에 진학하면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누가 싸움을 잘하나였다. 그리고 힘 좀 쓰는 아이들 중엔 힘이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며 물건과 돈을 뺏는 아이들이 한 반에 한 두 명은 꼭 있었다. 힘이 강해서 나쁜 아이가 되거나 힘이 약한 순진한 아이가 되지 않는 방법은 어떠한 상황에서 '중간'에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대다수의 아이들은 이때 '처세술(處世術)'을 스스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터득한 '처세술'은 거의 죽는 날까지 각자의 인생에 발휘된다. 사실 아이들을 괴롭히던 힘센 아이는 그들이 왕따 시켰던 힘없는 아이보다 대다수의 아이들에겐 더 '왕따'였을지 모른다. 적어도 난 그랬다.


우리 땐 없었던 신조어 '중 2병'
만화 스누피 - 출처: 네이버


중 2병의 증상: 첫째, 서양 음악을 듣기 시작한다. 둘째, 맛도 없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다. 셋째, 인기 밴드 그룹에 대해 “뜨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라고 정색을 하며 아는 체한다. 넷째, 무엇이든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엄마에게 “사생활을 존중해줘”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여섯째, 사회에 대해 공부를 하고 역사에 대해 좀 알게 되면 “미국, 추잡하지”라고 무시한다.
- 네이버 트렌드 지식 사전 1


 2. 사실 한국에서 처음 생긴 신조어는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기 일본의  유명 개그맨이  방송에서 우연하게 만들어낸 말이다(참조. 나무 위키). 어느 지식 사전은  2병의 증상을 여섯 가지로 진단했다(위표 참조).  30  우리 때에도  2- 1, 2학년 때에 이와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많은 세월이 지나서인지 지금  2병의 중상이  세련되다. 내가 보았던 1990년대  2 증상은 이러했다. 첫째, , 헤비메탈을 듣기 시작한다. 둘째, 호기심과 멋으로 술과 담배를 시작한다. 셋째, 어떤 가수가 음악성이 높은지 논쟁한다(: 서태지 vs 신해철). 넷째, 아마    없을 거야라는 생각을 한다. 다섯째, 부모님께 "상관하지 "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여섯 번째, 미국에 한번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지금의  2 증상과 내용은  차이 있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사춘기의 절정기 중 2. 모든 사람들이 겪는 때이지만 돌아보면 그땐 왜 이렇게 나 자신이 삐뚤어져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나의 어른들 역시 나의 그러한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지금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나의 아이를 보며 그때의 나의 모습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난 나의 부모와 다르게 아이를 이해해보려 시도한다. 하지만, 나에겐 가능하지 않음을 곧 깨닫게 된다. 분명 나도 저러했을 텐데 하면서도 난 지금 아이의 행동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 모든 사람은 그렇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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