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k Bond
신용의 문제
아침부터 사무실 전화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울리는 벨 소리에 불안한 기운이 담겨있다. 묘한 빡침도. 역시 거래처 전화이다. 가벼운 안부를 말할 새도 없이 공격이 들어온다. 전화를 받지 않는 대표. 순간 불길한 기운이 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이 전화를 그렇게 많이 받을 줄은. 요약은 대표님이 전화도 안 받고, 문자에 회신도 안 한다는 내용이다. 콜백은 비즈니스 매너인데, 그 마지막을 안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전화의 대부분은 미수 혹은 보증금 회수와 관련된 내용이다. 대표가 불편한 전화를 피하니 직원들이 고생한다. 이건 빼박이다.
사업하는 사람은 신뢰(Trust, Confidence)가 생명이다. 신뢰란 그 사람의 말을 믿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설명회를 하거나, 미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투자를 유치하거나, 직원을 이끌고 나가기 위한 비전을 이야기하거나. 그 모든 말에는 신뢰감이 있어야 한다.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이룰 것이라는 신뢰. 그래서 사업은 사람을 보고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신용(Credit)은 그 사람이 돈을 갚을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일정 금액의 채무를 지고, 약속한 기일에 대금을 지급할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신용이 높으면 많은 금액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신용은 일정한 규모가 있어야 생긴다. 그리고 누적된 매출과 영업이익 등 수치화된 근거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은 기업에서 이 신용을 만들어 내긴 어렵다. 특히 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신용이 없어 필요한 자금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필요한 것이 신뢰이다. 소위 FFF 투자는 이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평소 그 사람이 쌓아온 모든 것들을 보고 투자를 한다. 소기업도 실상은 비슷하다. 그러나 대표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큰 경영상의 실수이다. 투자자나 채권자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돈이 회수되길 바란다. 그래서 사업가가 어떻게라도 열심히 일해서 수익을 만들어 내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나 기본적인 신뢰가 무너진다면, 채권 보전을 위해 누구보다도 강하게 돌변한다. 아군이 적이 된다면 그 피해는 가늠하기가 힘들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과 사업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 이익이 높다고 하더라도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특히 금전적인 연결 관계를 만들지 않거나, 대금을 선불로 지급받는 걸 권한다. 필요하다면 신용장이나 보증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이것이 내 소중한 사업과 돈과 시간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