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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나 Dec 26. 2022

12. 부서진 나의 빛

사유의 파란

내 언어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내 언어가

산산이 부서져 버렸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거울과도 같았습니다

나는 그것으로 여태껏 나를 비추고 

세상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여기에서는 더 이상 쓸 수 없어

나는 다른 언어를 들이려고 애를 썼습니다

애를 쓰면 쓸수록 

내가 원래 사랑하고 

매일 같이 맑게 닦던 언어가


무력해서


쓸모없어서


어느 날 그것이 너무 화가 나서 

바닥으로 내던져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내 언어는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동시에 나도 스르르 벽을 타고 주저앉았습니다


헛되이 부서진 언어가

창문으로 들어온 태양을 반사하여

수천의 빛을 토해냅니다


방 안이 깨어진 빛으로 찬란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웅크려 앉은 나만은

더없이 비참하여 흐느낍니다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최고의 무기가 글이고 언어였는데, 여기서의 저는 초등학생만도 못하게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 


저는 제가 평생 갈고닦아온 나의 언어, 한국어를 더 이상 쓸 수가 없습니다. 새 언어를 배우느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언어를 멀리 치워버렸습니다. 그래도 생각마다 말끝마다 우리말이 따라와서 너무나 성가시고 화가 났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것이었음에도.


저는 제게서 한국어를 떼어내기 위해 오랫동안 씨름했습니다. 잘라내 버리려고 했습니다. 여기서 사는 동안 이것은 거추장스럽고 쓸모없는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작가입니다. 어떻게 작가가 글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시를 씁니다.


내 사랑하는 말들이 여전히 어딘가 내 한구석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어제는 크리스마스였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성탄절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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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아무나 - 밀리의 서재 (millie.co.kr)




21세기 사랑에 관한 시 -  사랑의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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