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나 Jul 23. 2023

32. 멍청한 과실

사유의 파란

그것은

때를 모르는 실과처럼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 향긋한 과실을 지금 당장 음미하고 싶었으나

일과 마감과 현실의 삶에 쫓겨 그러지 못하였다


그 과일은 며칠간 내 책상에 그대로 방치되었다

마침내 숨을 쉴 틈이 났을 때 내가 본 것은


시큼하게 곪아버린 영감의 과실


찬란했던 생각은 현실에 치여

흐므러지고 부패하여


나는 도무지 원래의 그 형체를 떠올리지 못했다


때를 놓쳐 썩고 녹아 역해진 과실을

조심스레 종이로 싸서 버렸다


남은 건 단지

구겨진 종이 위의 얼룩진 자국


나는 그 얼룩진 종이를 버리지 못한 채

한숨을 쉬며 돈을 벌러 나갔다


그리고 그 사이

또다시 추락하여 내 발치에 떨어진

때를 몰라 멍청하게 썩어가고말

나의 과실들




























좋아요 터치 한 번이 큰 힘이 됩니다 :D


시가 마음에 드시거나 SF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아래 링크에서 밀리의 서재에서 출판한 책 [Dome - 기억 정렬 붕괴 - part1] 도 둘러봐주세요. part2 또한 집필이 완료되어 계약 대기 중에 있습니다.

돔: 아무나 - 밀리의 서재 (millie.co.kr)




매거진의 이전글 30. 숨이 멎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