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한 장의 사진과 일곱 번째 생각

by 별빛바람

https://brunch.co.kr/@pilgrim6/142


Leica MP, Summicron-DR 50/2.0, Ilford XP2 400, 무보정

우리가 바라보는 가시의 모습은 고슴도치의 모습처럼 우습지만은 않다. 옛 선조들은 분명 가시 달린 고슴도치 그 자신의 가시에 오이를 찔러 놓고 가는 모습을 보며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지만, 실상은 분명 가시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를 경계한단 뜻이고, 경계를 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믿지 못한다는 뜻이니,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면을 써 가며 거짓 미소를 보이고 있으니 이미 표정에서부터 가시가 돋아나는 모습이다. 그나마 작은 고슴도치는 오이밭의 오이를 훔치려 참 우스운 모습을 만들어주지만, 우리가 품은 그 가시는 꼭 누군가를 해 할 것만 같아 두렵기까지 하다.


그나마 가시면 낫다. 가시가 아닌 칼날을 숨었을 경우. 그 칼날이 사람을 살리기 위한 칼날이 아니라 누군가를 해하기 위한 칼날이라면 이야긴 달라진다. 그 순간 살기 위해 - 혹은 믿지 못하기 때문에 가시를 품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것을 빼앗기 위해 열심히 갈아놓은 날카로운 칼날을 보이는 것이니, 그 칼날에 품은 독기는 너무나 시퍼렇기만 하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그 순간, 사랑보다는 - 신뢰보다는 - 믿음보다는 가시와 칼날을 숨기기 위해 다가갔던 것이 아닌가 문득 질문을 해 본다. 물론, 그러기엔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저 가시는 너무나 아이러니한 곳에 있으니 다시 한번 "믿음" 보다는 "불신"의 씨앗이 여기저기 숨어 있어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우연히 지나가다 종교시설에 쳐져 있는 철조망을 보고 짧은 생각을 해 본다.



이전 06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