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2

한 장의 사진과 아홉 번째 생각

by 별빛바람

https://brunch.co.kr/@pilgrim6/143

Leica MP, Summicron-DR 50/2.0, Ilford XP2 400, 무보정

눈이 뽀얗게 쌓인 그 이상으로 처량하게 보이는 철조망. 혹은 가시. 분명 누군가가 살았을 집이지만 어느 순간엔가 사람들의 흔적이 사라지고, 온기마저 사라진다. 참 희한하게도 사람의 흔적이 사라지는 그 순간부터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은 건물 자신이 바뀌어가고 싶어서인 듯, 혹은 사람이 떠나감에 슬퍼서 그런 것인 듯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 건물을 처음 본 기억은 오래 전이 다만, 알고 지낸 지 5년쯤 되었을 때도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었다. 엄청난 저택이었을 거고, 그 집을 지키기 위해 저 높이 하늘을 찌를 듯하던 가시는 이제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분명 언젠가는 저 가시마저 무너지고 나면 누군가가 그 땅에 새로운 건물을 세우려 하겠지만, 아직은 마땅한 주인이 없어서인지 여전히 덩그러니 혼자만 서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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