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과 첫 번째 생각
책 욕심이 많았지만, 그 책을 다 읽진 못했다. 그래도 책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리고 그 책이 이야기 하는 내용들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밥 사먹을 돈 보다 책 한 권 사서 읽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그러다 보니 내 방 한켠에는 책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괜히 읽지 못하는 원서를 바라보면서도 기분이 좋았고, 어려운 책의 표지만 보더라도 기분이 좋았다. 그 책의 내용이 내 머릿속에 쭈욱 빨려들어갈 듯 했다.
하지만 책을 읽기란 쉽지 않았다. 책을 읽으려 해도 도통 책을 읽는 내 모습을 좋아해주기 보다, 단 한마디만 했을 뿐이다.
"쓸데 없는 짓 하지 마."
그리고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뒷통수를 당구채로 툭 하고 치던 그 사람은 가슴 한 켠에 "국어"라는 책을 들고 다시 칠판 앞으로 걸어갔다. 별다른 책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럴 시간에 문제집 한 권 더 풀고, 교과서 한 권 더 읽으라 했으니 난 그닥 모범생은 아니었던 듯 하다. 그리고, 그 사람의 머릿속에는 난 그저 멍 하니 앉아서 다른 책이나 읽는 그런 이름 없는 아이에 지나지 않았겠는가? 그러니 마음의 양식을 얻기 보다는 교과서에 나와 있는 공식을 달달 외우며 그 작품이 이야기 하는 주제를 달달 외우는데 더 만족을 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외우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떠한 것도 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내 눈에 보였던 선생님은 책이었고 - 도서관이었으며 - 서점이었다. 낯선 책 한권. 아무도 읽지 않는 역사서 한권, 괜히 폼 잡으려 읽었던 철학책 한 권에 답이 있을거라 생각했고, 그 책들 속에서 내 머릿속의 그림들을 그려나가곤 했다. 그리고 그 책들은 정제되지 않은 채 내 머릿속의 허공을 둥둥 떠다니곤 했다.
그래도 좋았다. 무언가 하나를 읽어보고 - 그 무언가가 내 생각이 될 듯 하니 참 좋았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단 돈 몇 천원으로 채울 수 있다니 그것도 참 재미있었다. 그러니 그 책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글도 써보고 싶었고, 내 생각을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글을 써 보았다. 당연히 그 글은 내 일기장속에 있었고, 내 머릿속에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내 머릿속의 글들이 허공을 둥둥 떠다니고 있으니, 그 모습 조차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었다. 그러니 내 생각은 책이 되었고, 책은 내 생각이 되어 나와 함께 있어왔다.
그러니 때론 내 생각이 누더기가 되더라도 상관없다. 그 만큼 더 많은 책을 읽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