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과 여러 가지 생각들 - 13
어린 시절 아버지는 내가 산만하다 생각하셨는지, 동네 바둑 학원에 다니라고 이야길 하셨다. 1달 남짓 다녔지만, 바둑 기본 규칙 정도만 배우고 정식적으로 배우지 않았으니 “바둑”이 가지고 있는 묘미를 잘 알지는 못했다.
그래도 집에는 바둑판(뒤집으면 장기판이 되는)과 바둑알, 장기알이 있어 가끔 아버지와 장기나 바둑을 두곤 했다. 아버지도 정식으로 바둑을 배우시진 않았지만, 그나마 아버지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은 한 번씩 바둑이나 장기를 할 때뿐이었다.
나와 아버지의 바둑 스타일은 상대방 돌을 잡아먹는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집을 만드는 그런 고단수 전략을 써 본 적이 없었다. 아마 알까기가 조금 발전한 모습이지 않았나 싶다. 당연히 장기도 상대방 말을 잡아먹는 수준이니 ”전략적으로 “ 재밌게 한다는 개념은 분명 아니었다.
한참 나이가 들어 가끔 핸드폰 게임으로 바둑이나 장기를 즐기곤 하지만, 언젠가 체스에 좀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딸아이와 체스를 하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체스판과 기물을 준비했지만 어려운 룰 때문이었는지 딸아이는 금방 질려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어쩌다 한 번씩 핸드폰으로 하는 체스를 한 두 번만 할 뿐 딸아이와 하겠다는 생각은 따로 안 해보았다.
그러다 어느 날 딸아이가 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이야길 한다.
“아빠 이거 무슨 게임이야?”
체스를 이야기하길래 가장 쉬운 초보자 모드로 접속을 해 주고 한번 해 보라고 쥐어주었다. 몇 번 게임을 해 보더니, 자기 핸드폰에도 깔아달라 한다. 설마 하는 생각에 몇 번 하겠냔 생각으로 깔아주었는데, 요즘은 나보다 더 체스를 잘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딸아이도 심심할 때마다 체스를 하는데 정신없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은 아빠와 같이 체스를 두는 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핸드폰 어플에서 보여주는 기물의 이동 방향이 실제 체스에서는 보이지가 않으니 많이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도 몇 번 더 두다 보면 분명 익숙해지리라 생각이 든다.
어차피 몇 가지 규칙을 가지고 “상당히 복잡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게임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