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과 여러 가지 생각들 - 26
아버지와 많은 추억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버지에게 자전거를 배운 일이다.
그 당시 자전거포에서 1만 원 정도 하는 낡은 아동용 자전거를 사 오셨을 땐 보조바퀴가 달려 있었다. 녹이 많이 슬었던지, 자전거포에서는 붉은색 페인트로 도색을 한 상태라서 누가 봐도 낡은 자전거였다. 당연히 안장도 다 뜯어진 낡은 자전거였지만, 난 그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다녔다.
하지만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띄고 두 바퀴로만 달리려 했을 땐 겁이 나서 타질 못했다. 넘어질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으리라. 그때 아버지는 내가 잡아 줄 테니 한번 달려보라고 이야기했다. 당연히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달렸는데, 아버지가 잡아주신 줄 알았다.
물론, 아버지는 그 자전거를 잡아준 적이 없으셨다. 그저 내가 앞으로 주욱 달리는 걸 지켜만 보았을 뿐이다. 그날 이후, 자전거가 넘어질 거란 걱정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어떻게 균형을 잡았는지, 어떻게 재밌게 탔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저 보조바퀴를 띄고 탄 그 첫날만 기억할 뿐이다.
그날 이후 가끔 자전거를 탈 때마다, 아버지와 함께 탔던 그날이 기억난다. 물론 그땐 아버지가 잡아주지 않았다는 배신감에 씩씩 거리며 화를 내긴 했지만,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면 분명 난 지금도 자전거를 못 탔을 테니 그 날 만큼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