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장르 중 Street Photography가 중요한 이유.
처음 브런치 글을 시작할 때 부터, 남들과는 다른 사진 장르에 대해 이야길 했었다. 그 중 하나는 "가족사진"이다. 이 부분은 사진을 투고하고 정리하는데 엄청 마이너한 장르이긴 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다 사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매력이 가장 큰 어필을 해 주곤 한다. 우리는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나 다 사진 작가가 된다. 아니, 카메라가 아니라 낡은 스마트폰의 저화소 카메라가 있어도 충분하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 했던 장르는 분명 더 마이너한 장르였다. 인물 사진이니, 예술 사진이니 하는 것들이 아닌 그냥 길 거리를 돌아다니며 찍는 사진이 무엇이 중요한건지? 라는 이야기는 처음 부터 말 문을 막히게 하곤 한다. 그렇다. Street Photography는 그 태생이 우리 주변에 있는 작고 사소한 것들. 그리고 너무 사소해서 지나친 것들을 사진으로 담고자 하는 시도에서 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글을 쓰는 두 가지 이야기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될 수 밖에 없었다. 한 가지는 그 어느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들에 대한 기록이었고, 또 한 가지는 너무나 흔한 것들이라서 놓칠 수 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었으니 말이다.
이 세상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기록은 분명 오래전 부터 기획이 되어왔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늘 똑같았다. "그게 정말 예술인가?" 라는 시작이었다. 심지어 프랑스의 한 화가가 그렸던 풍경화는 예술을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으니, "이런 흔해빠진 것들을 내가 돈 주고 봐야 해!"라는 분노를 잠재우기 쉽지 않아 우산 높이보다 더 높게 그림을 올려서 전시했다는 일화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까진 없을 듯 하다.
그렇다. Street Photography는 그런 사진 장르이다. 내가 들고 있는 카메라. 내가 바라보는 그 시선. 그 시선에 대한 생각을 담아 각자의 표현 방식으로 찍으면 그만이다. 그러니 그 결과물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 단지 "나의 관점"에서 그 사진에 대한 결과물을 바라볼 뿐이다. 아무리 부족하다 하더라도, 혹은 충분히 차고 넘친다 하더라도 나 자신의 순간에 찍은 그 사진의 결과물은 분명 "나에게는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순간들에 대한 기록. 그 기록이 때론 예술이 되기도 하고, 하나의 소재가 되기도 하는 순간이다.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 순간. 내가 거리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여행을 다니는 것을 선호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이성친구의 아름다운 순간을 담을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도 아니었던게 가장 큰 이유였다. 단지, 혼자 생각하며 길을 걷다가, 그 결과물에 대해 "찰칵!"하며 사진을 찍었을 때 그 순간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처음 찍었던 사진들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모아두었던 사진들에 대해 어떻게 찍었는지 하나 하나 기억하는 것은 너무 사소할지라도 나에게 소중한 순간이기도 하다.
한 장씩 남기게 된 사진들. 그리고, 그 사진들 속에 남아있는 내가 부여한 의미들. 그 의미들 속에서 다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롭게 느끼는 감정들까지 한 틀에서 어울어지며 내가 찍은 사진들의 의미가 점점 확정되어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결국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저 난 시간과 장소를 지나칠 뿐이며, 그 찰나의 순간을 기록으로 남길 뿐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 내가 지나친 그 감정들과 지금의 감정들이 함께 어울어져, 새로운 감정으로 다가갈 뿐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