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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담 May 31. 2024

딸가진 죄


쌍둥이를 임신하고 휴직했을때, 나의 외출은 주로 첫째 등하원이었다. 

아이가 오기 전에 미리 가 있어야 하기에, 아이를 기다리는 보호자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보호자는 사실 엄마아빠는 많지 않고 대부분 할머니였다. 그리고 친가가 아닌 외가쪽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남자들의 육아휴직을 장려한다고 해도 일단 아이를 여자가 낳고, 출산을 위해 여자가 출산휴가를 쓰고, 그게 육아휴직으로 연결되고.. 양육의 첫 단추를 여자가 끼우게 되니, 자연스레 그 이후의 양육부담도 여자쪽으로 기울게 되는 흐름이다. 


그리고 엄마가 아이를 보다가 힘들면, 또는 복직을 하고 나면, 시댁보다는 친정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고. 그래서 결국 등하원시간에 주로 보는 보호자는 외할머니가된다. 


아이를 기다리면서 할머니들끼리 하시는 대화를 의도치않게 듣고 있다가 귀에 꽂힌 단어가 있었는데, 그건 ‘딸가진 죄’ 라는 단어였다. 


“ 딸가진 죄때문에,, 이렇게 나이먹어도 애를 봅니다~ 호호호 ”

“ 딸이 힘들다는데 어쩌겠어요. 도와줘야지 방법 있나요~ 호호호 ”


어쩌면 아이를 낳는다는건, 그 아이만을 책임지는게 아니라 그 아이의 아이까지.. 돌봐줘야 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지독히도 아이를 안낳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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