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회사 일로 스트레스받지 말고 돈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적당히 눈치껏 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말해주며 이래저래 스트레스받는 나에게 안됐다는 듯 좀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충고를 해준 적이 있었다. 그땐 마치 그 친구가 승리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일은 적게 하는데 돈은 비슷하게 받아가는 것 같으니 '나한테 문제가 있지..'라고 생각하며 내려놓는 법이 뭘까를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일을 적당히, 눈치껏 하는 건 자기 자신에게 독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건 사실 나를 좀 힘들게 하는 일이다. 일이 너무 쉬워서 이제는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수준의 업무를 하고 있다면 그건 내가 소모되고 있는 것이지 내가 나아가고 발전하고 있는 업무는 아니다. 좋은 회사는 인재에게 계속 같은 업무를 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 업무를 클리어하고 레벨업이 준비됐다고 느끼면 거짓말처럼 그 사람에게 추가적인 미션 혹은 완전히 다른 미션을 주어 이 사람을 성장시킨다. 그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나도 모르게 레벨업이 되어 있고 처음엔 어렵다고 생각했던 그 일이 쉬워지는 순간이 온다. 만약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더 이상의 레벨업이 불가능하다고 느낄 땐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해야 할 때다. 건강한 퇴사는 이렇게 이루어진다.
적당히 눈치껏 일하는 사람에게는 회사가 미션이나 레벨업 기회를 줄리가 만무하다. 인재가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상사는 적당히 일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좋은 상사를 만나 소모되는 업무를 벗어나 더 나은 미션을 받게 되더라도 역시나 적당히 눈치껏 하게 된다. 악순환이다.
회사에서 만이 아니다. 내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삶이 너무 쉽고 어제와 같은 오늘처럼 느껴지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다면 정말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다는 증거다. 할까 말까 고민했던 것들을 도전해보고, 불편하게만 느껴졌던 일을 시도해 보는 것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 노력한 나를 위해 열심히 쉬기도 하는 것 이게 내 삶에 대한 최선을 다하는 태도다.
모든 일을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이 한심한 게 아니라 사실 그들은 '열심히' 사는 습관 덕에 엄청난 내공을 키우고 있고 그게 어떤 삶에서 시기와 운이 맞아 떨어지면 그 내공이 폭발하며 크게 성장한다. 잘되는 사람들이 대충 살다 얻어 걸리는 걸 본 적이 없다. 그 부류는 늘 정말 작은 것도 최선을 다한다. 그게 삶에 배어있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발레리나 강수진이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는 나에 대한 예의입니다"
모든 순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다. 내가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두 번 살아도 이보다 더 열심히 살지는 못할 거야라고 생각하며 마무리한다. 후회 없이 삶을 사는 것은 축복이다. 내 위치가 어디건, 누구 건, 무슨 일을 하던 최선을 다하는 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자격이 필요가 없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건 나에 대한 예의이며 자존감을 키우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