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율 0%의 비밀?
입사한 지 한 달 된 직원이 아침부터 내 자리로 엷은 미소를 띠며 눈치를 보며 걸어온다.
"저.. 본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어떤 말을 할지 예측이 돼서 두근두근한 마음을 부여잡고 애써 괜찮은 듯한 표정으로 회의실로 들어가 이야기를 들으면 "저 그만두려고요"라는 말이 되돌아온다.
직원을 뽑고 이 사람을 적응시키는데 참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이 들어간다. 단순 월급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관련된 직원들도 모두 신규 입사자를 위해 도와줘야 한다.
6명 직원을 데리고 일하면서 참 많은 턴오버가 있었다. 진득하니 일할 줄 알고 뽑아 놓으면 입사한 지 3일 만에
"저 다른 대기업 봐 둔 곳이 있었는데 거기서 연락이 왔어요. 아무래도 거기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입사 하루 전날 연봉을 조금 더 주는 곳이 됐다며 입사를 포기하겠다고 하는 합격자, 막상 뽑아 놓고 보니 면접 때와는 달리 기본기가 전혀 없는 경력직 직원들을 만나면 사실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제일 힘들다는 말이 백번 천 번 이해되기도 했다.
예전 대기업에서 팀장 시절 통틀어 직원들의 턴오버가 실제로 0에 수렴했다. 나는 내가 좋은 팀장이라서 퇴사율이 0%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회사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즉 좋은 회사를 다니면 경력에 그 회사 네임밸류를 담을 수 있으니 회사와 상사가 좀 힘들게 해도 버틸 수 있다는 거다. 작은 회사는 그걸 버텨야만 하는 이유가 본인이 찾지 않으면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 네임 밸류도 아직 없고 규모도 작고 내가 아직 못 가서 대기업을 못 가는 거지 기회만 되면 돈 좀 더 주고 더 이름 있는 회사로 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1부터 100까지 신경 써야 회사가 운영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중간 관리자를 뽑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작은 회사가 줄 수 있는 연봉은 한계가 있었고 연봉을 높게 준다고 한들 그만한 좋은 인재를 모시는 게 어려웠다. 스타트업 회사가 죽음의 계곡을 넘어 이익의 궤도에 들어섰다는 건 정말 많은 부분을 의미한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며 이익을 내고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절대로 당연한 결과가 아니다. 뼈를 깎는 과정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결과물이다.
처음 이곳에 와서 직원을 뽑을 땐 경력과 업무 위주의 질문을 많이 던졌다. 지금도 물론 경력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지만 이 지원자가 스스로 작은 회사에서 무엇을 찾고 있고 어떤 비전을 생각하고 있는지 꼭 물어본다. 젊은 친구들 중에 '회사가 비전을 제시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경우를 보는데 사실 어디에 몸담고 있던 비전은 스스로가 찾는 거다. 내가 이일을 왜 하고 있고, 나의 궁극적인 꿈과 작은 연결 고리라도 닿아 있는지를 보고 그게 맞다면 그게 비전인 거다. 회사가 1조 매출을 하려고 하고 있고 어디를 진출하려고 하고 있고 이거 전부 회사의 꿈이고 비전이지 나의 꿈과 비전이 아니다.
그놈의 드릴 말씀은 언제나 나를 두렵게 하지만 좋은 점은 고인 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열심히 하는 직원들을 만나면 고맙고 연봉 더 준다는 곳 만나서 떠난다면 손뼉 쳐서 보내고 남아있는 직원에겐 스스로의 내공이 쌓일 수 있게 그 포지션에 적합한 업무와 트레이닝으로 우리 회사에서 스스로 삶에 대한 비전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 내가 찾은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