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전에 기흉으로 치료를 받았던 가슴 부위에서 또 통증이 느껴졌다.
목구멍이 아프다. 편도선염이나 인후두염 같은 통증이 아니다. 누군가가 목구멍에 공기를 엄청 쑤셔 넣는 느낌이 든다. 목구멍 속에 공기가 가득 차면서 목구멍 속을 누르는 느낌이다.
'이런... 재발인가? 아니면 내가 예민한 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조금이라도 참을 수 있을 때 필요한 짐을 바리바리 싸 본다.
'이어폰, 휴대폰 충전기, 컵, 수건, 속옷... 또 뭐가 필요하더라? 아 세면도구랑 샴푸도 챙겨야지.'
입원을 해봤다고 또 필요한 준비물들을 능숙하게 챙기는 내 모습이 참... 아픈 상황에도 이런 모습이 내가 봐도 웃긴다. 물건을 챙기다 보니 통증이 더 심해져온다.
'100% 기흉이네.'
확신이 들었다. 그냥 이건 기흉 통증이다.
또다시 숨쉬기가 어려운 통증으로 공포감이 밀려왔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기에 문자로만 남겼다.
'여보 나 또 그게 찾아왔어.'
'뭔 소리야?'
'기흉 말이야... 응급실 간다. 입원하러 갈게.'
집 앞 마트에 가듯 입원하러 간다고 문자를 남기고 응급실에 도착했다.
'선생님. 기흉 같아요. 빨리 엑스레이 검사 좀 해주세요.'
역시나 기흉이 맞았다.
재발이 잘된다지만 어떻게 1년도 안돼서 재발이 나는지 원... 참 힘든 질병인 것 같다. 평생 언제 재발될지 모르는 걱정을 안고 살아야 한다니...
'이번에는 수술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수술하면 재발률이 얼마까지 내려가고 수술절차는 이러이러하고...'
올 것이 왔네. 수술이라니. 전신 마취 무서운데.
또다시 수술에 대한 오만가지 걱정을 하고 있다.
수술 전 검사를 진행하고 주의사항, 동의서를 작성하고 보호자는 필요 없다고 했지만 아내 말로는 수술 당일은 마취 때문에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다행히 아내가 그날 연차가 가능하여 올 수 있다고 했다.
수술은 오후 시간으로 잡혔는데 그러다 보니 금식이 또 다른 복병으로 다가왔다. 오전 수술이면 자고 일어나서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아침부터 오후 몇 시가 될지 모르는 수술시간까지 쫄쫄 굶어야 했다.
물도 못 마시고 배가 너무 고팠다.
오후 4시 정도 되어서야 수술실에 들어가게 되었고 처음 경험한 수술실은 좀... 차갑다고 해야 하나? 춥기도 했고 일단 빨리 마취돼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름과 수술 부위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마취가스(?)가 나오는 마스크를 쓰고 잠깐 있으니 침대가 병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술을 많이 마시고 중간중간 필름이 끊긴 느낌이 들었다. 몽롱한 기분이다.
수술한 부위보다 목이 너무 아팠다. 목구멍 구석구석 상처가 난 느낌. 관을 직접 목구멍을 통해 폐로 넣어서 산소를 공급했기 때문에 목이 아픈 게 당연하다고 한다.
아무튼 수술부위보다 목구멍이 제일 아팠다.
기흉을 한 번이라도 걸리게 되면 그 통증이 너무 강렬해서 순간순간 가슴 부위 통증에 기흉인지 의심부터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가슴통증에 예민하게 반응을 하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재발이 되면 일단 숨쉬기가 너무 힘드니까. 특히 여행을 간다거나 어디 멀리 떠날 일이 있을 때 항상 긴장을 하게 된다.
'비행기나 배 안에서 재발되면 어떡하지? 해외여행 중에 재발되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걱정을 안고 수술 후에도 가슴 통증에 민감해하며 일상생활을 한다.
'그래도 이젠 수술도 했으니 재발은 안 되겠지? 수술하면 재발률이 많이 내려간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내 희망과는 다르게, 익숙한 가슴 통증은 또다시 나에게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