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a Dec 30. 2021

바다 친구들 유치원 놀이

역할놀이를 통해 알게 되는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에게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오늘은 무슨 활동을 했는지, 어떤 활동이 재미있었고 재미없었는지 매우 궁금하지만 부모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어린이집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서는 정말 알고 싶은 내용을 듣기가 어렵고, 아직은 자기표현에 서투른 아이를 통해서도 어린이집 생활이 어땠는지 정확하게 알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런 어린아이들에게도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때가 있는데 바로 놀이를 할 때가 그렇다. 함께 놀이를 하다 보면 자기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고 서툰 말보다는 행동으로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있다.


의사소통을 완벽하게 할 수 없는 3~5세 아이와 놀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역할놀이를 하며 보냈다. 거창하게 무슨 역할을 정하거나 특별한 장난감이 필요한 건 아니고 우리는 공룡이나 상어 장난감 또는 블록 정도로도 충분히 역할놀이를 할 수 있었다. 역할은 일단 그냥 시작을 하다 보면 정해진다. 그렇게 역할 놀이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바다 친구들 유치원이라는 가상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아이의 실제 어린이집 세상이 바다 유치원을 통해 투영이 되는 것이다.




아빠(선생님) : 우리 친구들이 올 시간이 되었는데, 왜 아직 아무도 안 왔을까요?

아이(학생) : 떤땡님, 안냥하떼요.

아빠(선생님) : 오, 우리 톱상어 친구가 제일 먼저 왔군요.

아이(학생) : 떤땡님, 안냥하떼요.

아빠(선생님) : 오우, 우리 문어 친구도 왔네요.


아빠(선생님) : 자, 오늘은 체육 활동이 있는 날이에요. 모두 앞으로 모이세요.

아이(학생) : 아냐, 떤땅님이 한 명띡 이름을 불러죠.

아빠(선생님) : 아 그래? 자 그럼 아기상어가 먼저 앞으로 나오세요.

아이(학생) : 짝꿍도 같이 불러죠야때.

아빠(선생님) : 아기상어 친구랑 누가 짝꿍이지?

아이(학생) : 때우로 하자. 때우

아빠(선생님) : 그럴까? 근데 왜 새우랑 둘이 짝꿍이지?

아이(학생) : 둘이 친해, 친구야.


아빠(선생님) : 이제 낮잠시간이에요~ 우리 모두 코 자요~

아이(학생) : 더 놀고 시퍼여

아빠(선생님) : 코 자는 시간에는 다 같이 자야지요~ 친구들 보세요 다 누워 있지요?

아이(학생) : 다 안누워이떠 아빠. 안자는 친구들도 이떠.

아빠(선생님) : 그럼 선생님이 어떻게 해?

아이(학생) : 멀라. 난 근데 잘 자.

아빠(선생님) :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그럼 잠이 안 오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동화책 읽어줄까?

아이(학생) : 아냐아냐 글케하믄 친구들이 다 깨. 글구 떤땡님도 우리 잘 때 바빠.

역할놀이는 아이를 춤추게 한다

               



아이와 함께 놀이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낮잠 시간이 이제 없다는 어린이집 공지를 봐도 아이와 역할놀이를 하다 보면 여전히 낮잠시간이 가끔(?)은 주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유치원 역할 놀이를 하면 무엇보다 아이의 유치원 생활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되는데 우리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최대한 선생님에게 연락하지 않고 상담일을 기다려서 아이의 생활이나 궁금했던 점들을 한 번에 물어보려고 했다. 물론 특이사항이 생기면 바로 확인하곤 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최대한 연락을 자제하고 먼저 연락 오기를 기다렸다. 선생님들이 얼마나 바쁜지를 잘 알기에 우리까지 귀찮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사소한 것들, 선생님들한테 물어보기에는 매우 사소하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식사시간에는 어떻게 앉아서 식사를 하고 선생님이 아이들 밥 시간에는 어떻게 봐주시는지, 아이가 낮잠은 잘 자는지 등... 매우 사소하지만 궁금한 유치원 생활들을 아이와의 놀이를 통해 알게 된다.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의 몰입도가 높아지며 더욱 놀이에 집중을 하게 된다. 반면에 가장 큰 단점은 체력이 금방 빠진다는 점이다. 보통 놀이를 한 번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놀이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하고 아빠도 같이 온몸을 쓰며(?) 집중해서 놀아줘야 하는데 체력이 금방 빠지게 된다. 체력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유치원 역할놀이는 아빠 또는 엄마와 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가 아닐까 싶다.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은 덤으로 알게 되고, 아이의 춤추는 모습도 흐뭇하게 지켜볼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영어유치원을 통해 느낀 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