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한 빈방으로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반딧불이를 가득 가두었다.

창문을 열자, 빛이 밀려들었다.

커튼을 치자, 방은 숨을 죽였다.

나는 기다렸다.



방이 빛으로 젖을 때까지.

처음엔 초대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방의 마지막 부탁이었다.

숨겨줘.

잊게 해 줘.



방은 조용히 변했다.

나는 청소하지 않았다.

빛과 먼지 위로 발을 옮겼다.

방은 내 흔적을 지우며,

조금씩 나를 잊었다.



어느 밤, 한 마리가 손등에 내려앉았다.

빛이 스며들었고,

세상은 흐려졌다.

거울 속 나를,

방이 삼켰다.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방이 품은 빛은

너무 가벼워서.

상상했다.



내가 사라지면,

방은 반딧불이로 가득할 것이다.

누군가 문을 열면,

방은 어둠을 밀어낼 것이다.

그 순간을 위해,

나는 기꺼이 지워질 수 있었다.

지금도,

반딧불이들은 떠다닌다.



방은 숨을 쉬고,

나는 눈을 감는다.

조금만 더.

밖은 비어 있다.



나는 창을 열지 않는다.

방 안에,

반딧불이와 함께,

keyword
수, 금, 일 연재
이전 03화모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