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잇몸 아래 물고기가 자란다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요일은 잇몸을 잃는다.

피는 거품처럼 끓고,

거품 속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태어난다.

정강이는 수조가 되고,

수조에는 구름이 떠 있다,

구름에는 지느러미가 달려 있다,



나는 고개를 젖히다,

목구멍으로 미끄러진다.

밤은 물컹하게 열렸다,

욕설이 칼날이 되어 떠다니고,

여자는 입을 벌려 칼을 삼켰고,

사내는 입안에 골목을 품었다,

골목에서 또 다른 사내가 태어났다.



개들은 서로의 다리를 물었다,

다리 끝에는 물고기들이 자랐다,

물고기들은 핏방울을 밀어 올리며

한 뼘 한 뼘, 비명을 키웠다.

달빛은 초록색 알을 품었고,

나는 알 하나를 삼켰다.



심장은 한동안 달걀처럼 울었다.

고양이들은 휘어진 골목을 따라

배를 갈랐다,

배 안에서 튀어나온 작은 별들이

제 몸을 핥으며 사라졌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연둣빛 장바구니 속에는

이빨 대신 검은 물고기 몇 마리,

사탕 대신 누런 심장 몇 개,

그걸 감싼 작은 주머니,

주머니 안에는 터지지 않은 밤.

밤은 나를 삼킨다.



나는 밤 속에서 아가미를 튼다.

조립할 수 없는 얼굴들이

나를 조립하고 있다,

서툴게, 멈추지 않고.

은빛 뼈를 가진 물고기 한 마리가

잇몸 아래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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