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비가 오기 전
모든 물은
자신을 모른다
웅덩이는
혀를 감추고
기다린다
세상은
말이 아니라
혀의 무게로 기운다
물의 목울대에서
진동이 흘렀다
소리보다
먼저 도착한 손
몸이 되기 전의 손은
마찰을 일으켰다
살짝 스치기만 했다
어떤 물은 흐르기 위해
자기를 부순다
어떤 물은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사라지는 쪽으로
남는다
빠져나가며 버티는 것
기억보다 느린 속도로
수면 위를
소금쟁이가 건넜다
발은 음이었다
떨림마다 의문이 번졌다
눈으론 읽을 수 없었다
물의 등뼈에 귀를 대야 들렸다
그건 물이 아니었다
몸의 빈 곳에 적힌 대답이었다
빠지지 않고 닿지도 않는 것들이
언제나 끝에 있었다
물보다 얇은 게 있다면
그건 그림자 거나 경계의 언어다
땅이 끝나는 곳까지 걸었다
거기서 땅은
더 이상 땅이 아니었고
물은
자기를 닮지 않았다
돌 아래
돌이 되기 전의 돌 안쪽
거기서
물은 다시 물이 되었다
경계는
바닥이 없었다
아니
바닥이 경계였다
추락은
떨어질 수 없는 곳에서
시작된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모든 질문은
이미 젖어 있었다
나는
숨을 고른다
문장처럼
말해지지 않은 간격에
서 있다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 자리에
파문만 남았다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항상 돌아오는 것처럼
떨린다
나는 다리를 접는다
몸이 아니라 의심을 접는다
무게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나는 그림자 속으로 떨어지고
거기서
뒤돌아선 나를 본다
물의 눈동자 속에서
비가 오기 전의
침묵이 움직이고 있었다
말들이 다시 시작되려 했다
아직 목소리를 갖지 못한
언어들이 웅덩이로 흘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