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너의 피를 마신 건
내가 아니라 그림자였다.
목덜미의 언덕 아래
잘려나간 말의 뿌리들이 박수를 쳤다.
사랑은 체온이 아니라
점점 굳어가는 혀의 무늬.
너는 이미 사라졌지만
네가 준 피는 내 입속에서
늦게 붉어진다.
심장은 간혹 멈추고
나는 그 빈 시간에
젖은 바늘 하나를 심는다.
그게 울음을 삼키는 속도라고 믿는다.
손끝은 목련처럼 떠는데
그 목련은 철사로 된 꽃잎을 달고
천천히
너를 흉내 낸다.
오로지 너의 피만이
내 피를 희석시킨다 했지만
사실은 내 피가
너를 다시 한번, 죽이고 있었다는 것.
나는 늦게야 안다,
너의 피를 마시는 동안
내가 얼마나 굳어가고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목이,
사랑의 이유로 잘려나갔는지.
한 번쯤 네 피를 다 쏟아내고 나서야
풀릴 거라 믿었던 미혹은
입가에 고인 피방울에서
조용히 증발 중이었다.
그러니 다시는 사랑하지 말자
혀 끝에 고이는 언어의 검은 꽃들이
서로를 먹어치우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