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현관 앞에 붉은 식물 하나가 꺾여 있었다
누가 다녀갔다.
나는 오늘 하루를 벗는 법을 잊었다
단추 대신 지느러미가 달린 외투
말 대신 비늘로 채운 메모지
씻지 않은 어휘들이 발목을 간지럽힌다
벽에 붙은 전등 스위치
켜도 켜도 어두운 방은
내가 아닌 무언가를 환하게 만든다
식탁의 네 다리는
음식을 기억하지 못하고
의자는 의자대로 앉아 있다.
신발장 깊숙이
오른발보다 왼발이 먼저 썩는다
어제의 발소리가
정강이부터 물든다
누군가 말했지
“집은 돌아오는 곳이 아니라,
가라앉는 곳이다.”
나는 폐를 물에 띄운다
잎맥처럼 퍼지는 숨
목덜미엔 익지 않은 문장이 붙고
그 아래로 단어들이 흘러내린다
비누는 녹지 않고
거울은 반사하지 않고
사진은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나는 앉는다
소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쿠션은 몸이 아닌 울음을 안는다
조금 늦은 오후가
천장에서 떨어진다
사료처럼, 조용히,
입속으로
책장이 책을 삼키지 않고
시간은 돌지 않고
시계는 맨몸으로 울린다
문 앞,
물고기 한 마리가 놓여 있다
신발을 닮았지만
발이 들어가지 않는 것
그 안에서
조용히 내 이름이 지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