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군도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하루가 두어 초씩 늙어갈 때

나는 너의 뒷모습을 연습했다.

봄은, 목 아래에서 망설이고 있었지.

잎맥이 도착하지 못한 계절의 끝자락.

네 이름을 부르다 혀끝이 부었다.


창밖에서 울던 고양이의 울음은

어제 죽은 기억의 심장을 핥고 있었다.

나는 창문을 열지 않았고

대신 너의 왼쪽 눈을 떠올렸다.

먼저 접히는 곳, 먼저 지는 곳.

사랑은 그런 방식으로 퇴화한다.



기차역 근처 작은 카페의

나무 의자는 아직 네 체온을 기억할까.

나는 자꾸만 네 손등의 혈관을 따라간다.

거기엔 너의 대답이 없었지.

눈동자에 들었던 회색은

봄이 아니라, 계절 사이의 무늬였다.



‘지금쯤이면’으로 시작하는 기도들을

나는 혀끝에서 굴리다 삼켰다.

전화를 걸 때마다

너는 목소리보다 침묵을 먼저 보내왔다.

말은 언제나 가장 마지막에 도착하는 손 편지.

우리가 피우지 못한 목련의 시간.



나는 감정을 접었다 펴는 법을 배웠고

밥을 씹다가 울음을 삼키는 기술도 배웠다.

그 시절 나의 눈물샘은 너의 점호 시간과 함께 열렸다.

그리고 다시 닫혔다.



이등병의 하루는

네가 나를 모르던 날보다 길었다.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네 안에 작은 나를 보았다.

그건 목 뒤에서 자라나는 식물 같았고

잎이 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벗은 몸은

항상 가장 마지막에 말이 된다.

나는 너를 바라보다가

나를 처음 보는 눈으로 너를 잃었다.



다시 말해,

안녕은 사랑의 뒷면이고

봄은 계절보다 늦게 끝나며

너는 아직 내 안에서

모든 이등병의 밤으로 귀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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