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거장 앞에서 내린다
낡은 마트를 지나고, 염색 냄새
가득한 미용실을 지나
뜨거운 입으로 아이스크림을 훔쳐 먹는다
시린 이는 아니고
시린 기억으로 단것을 먹는다
내리막길은 약간 기울어져 있고
어깨는 그쪽으로 조금씩 틀어진다
아주 오래전부터 틀어진 방향
길도, 계절도 그 사실을 안다
기억은 뒤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가죽처럼 밀착되어
한 겹씩 벗기다 보면 내장이 먼저 운다
말은 재단된다
입 대신 손으로 다루는 말
가위는 무디다
쥐는 순간부터 울컥거린다
칼을 쓴다, 말의 피부를 정리하기 위해
자주 꿰맨다
마디마디 벌어진 틈마다
하루에 하나씩 더 벌어진다
바느질의 시간은 사람보다 조용하다
치즐을 잡고 기다린다
구멍마다 문장을 통과시키는 일
말과 말이 맞닿기 전
왁스를 먹인다
윤기 있는 말,
취한 말,
맞은편 단어에 기대 눕는다
가죽공방은 아직 계절을 입지 않는다
창문도 시계도 없는 방
조도만으로 낮과 밤을 구분한다
겹을 뜯다 보면
불쑥, 안쪽에서 누군가 발견된다
언제나 바느질이 엇나간 자리
고리처럼 매듭이 두 번 돌아간 곳
비죽 튀어나온 뼈 같은 단어
혼자 울고 있는 구절 하나
가장자리를 따라
조금씩 접힌다
계절 없는 몸이 된다
말의 무늬는 그렇게 시작된다
무늬는 한 번도 정직한 적 없었다
*목타(치즐) 바느질을 하기 위해 먼저 구멍을 일직선으로 뚫어주는 용도로 사용되는 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