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숲이 나를 꺼낸다
마른 혀로, 오래된 침묵의 방식으로
나는 나무의 등뼈를 만지며
스스로를 모른다고 속삭였다
그런 날에는 새도 물고기도 없이
오직 발톱만 자라는 꿈을 꾼다
눈은 감았는데 풍경이 들어온다
내 눈꺼풀 속에서 겨울이 반죽되고 있다
내가 살던 숲에는
언제나 모서리가 있었다
거기선 물이 깨어지고,
물의 부서진 조각에
새벽이 발을 헛디뎠다
새벽은 밤의 간을 도려내다 말고
흰 속옷 같은 안개에 손을 닦는다
그 손에서 피가 나오지 않아
나는 오늘도 말할 수 없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름이 생겼고
이름이 생기자 고요가 사라졌다
이름은 입속에서 썩고
썩은 것을 다시 넘긴다
종이컵 속의 바다가
나를 바라본다
나를 알아보지 못한 채
플라스틱 빨대를 문다
입술이 찢어지고, 짠 숨이 배어 나왔다
나는 오늘
얼음을 먹으며 울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나는 바다를 삼켰고
바다는 나를 뱉었다
이마까지 물이 찼고
나는 천천히,
내 혀에 이름을 새겼다
그 이름은
물, 또는 네스호, 또는
울지도 못하고 남겨진
어떤 것의 부레
살아 있다는 건
죽지 않은 몸의 감촉을
하루에 한 번, 천천히
확인해 보는 일
그리고
아무도 건너가지 않는
내 마음 한복판의 호수를
소리 없이
미행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