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의 꽃잎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돌아서자
누군가의 이름이 바람에 젖었다.
목덜미에서 시작된 향기 하나,
말보다 먼저 피는 그리움.
그것은 꽃이었고
꽃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열리는 것들은 모두 닫힘의 흔적을 지녔다.
피는 것은 터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접혀 있던 마음이
빛을 받아
조용히 기지개를 켜는 일.
햇살 아래
그늘이 먼저 눕는 일.


봄은 너무 환해서
그림자가 먼저 운다.
벚꽃은 떨어지며 자화상을 남기고,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작고 낯선 부름,
돌아봐도 아무도 없다.


기억은 눈앞이 아니라
등 뒤에서 자란다.
그리움은 말보다 향기로,
확신보다 간지러움으로.
벚꽃 아래 웃는 얼굴들이
모두 울음을 감추고 있다.



봄날의 낮잠은
잃어버린 시간을 숨기고
눈을 감고 누우면
무언가 지나갔다.
무게 없는 상실,
마르지 않는 그늘.



꽃은 너무 환해
어둠을 감춘다.
사람들은 괜찮다고 말하며
조용히 흔들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끝나지 않은 장면 하나가
다시 피어난다.



밤이 되면
꽃잎은 젖는다.
고백은 삼켜지고
그 고요 속에서
봄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모든 것은 잠시
너무 진해서
영원처럼 스러지고,
목덜미에 감춘 한 송이 마음이
아직 피지 못한 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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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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