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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약 Sep 20. 2020

책 이야기 말고 아빠 이야기를 해주세요!

82년생 육아 대디



아이가 잠들기 전, 우리 부부는 누가 되었든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일명 '잠들기 세리머니'다. 그 날 그 날책은 애가 고른다. 주로 가져오는 책은 '가족' 시리즈다. 내용을 보면 아빠, 엄마, 아이 등장하여 집, 마트, 공원, 병원 등 여러 곳을 다니면서 이모저모를 겪으며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많다. 성장하며 사회에서 마주칠 여러 상황을 미리 만나볼 수 있어 좋다.


아들은 책의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시켜 "마트에 가면 엄마 아빠 손을 꼭 잡아야 돼요", "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도 나는 안 울어." "집에 오면 손에 비누거품을 묻혀서 깨끗하게 닦아야 돼요." 하며 책 속의 내용을 자신의 삶에서 이렇게 저렇게 펼쳐 보인다. 얼핏 잡아 집에 있는 책의 절반은 아이 손을 거친 듯싶다. 유튜브만큼, 아이는 책을 좋아한다.


어젯밤, 늘 그렇듯 책 읽는 시간이 왔다. 그런데 아들이 웬일로 책을 고 오지 않는다. 다짜고짜 와서 내게 말한다.


"사자 이야기해주세요!"

"사자? 서원이 사자 책 볼 거예요?"

"아니~~ 사자 책 안 볼 거예요. 사자 이야기요!"

"사자라면... 어떤 사자일까???"

"아빠가 사자 이야기해주세요!"

"자기. 얘가 말하는 사자가 뭐야?"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사자 이야기 얼른 해주세요~~~"


아... 내가 해달라는 말이구나. 사자. 사자. 사자. 무슨 얘길 하지? 고민의 순간에도 계속 보채는 통에 일단 운을 떼었다.

"옛날 옛날 정글에 사자가 살았어요."


뭐하지 뭐하지 하다가 아들의 옆에 있는 토끼 인형이 번뜩 눈에 들어왔다. 그래. 토끼는 물이지.


* 옹달샘을 찾아간 사자 *


[사자는 정글을 한 참 돌아다녔더니 목이 말랐어요. 하지만 초원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물이 말라버려 마실 곳이 하나도 없었어요. 사자는 안 되겠다 싶어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깊은 산속에 도착하자 물이 가득한 옹달샘이 보였어요. 사자는 눈이 번쩍했어요.

사자가 기쁜 마음으로 물을 마시려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토끼가 나타났어요. 그리고는 주의를 주었어요. 물을 마시는 건 좋은데 함부로 더럽히지 말라고요. 사자는 몹시 목이 말랐지만 그렇게 하겠다 약속을 하고 바가지로 물을 퍼서 천천히 물을 마셨어요.


이를 본 토끼는 '약속을 잘 지켰으니 이제 너도 우리의 친구야'라며 노루와 다람쥐, 족제비, 멧돼지며 수많은 동물들을 불러 사자와 친구를 맺어주었어요. 사자는 물을 소중하게 여긴 덕분에 깊은 산속 옹달샘을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자유 이용권을 얻었답니다.]

또 해달란다. 내가 역제안을 했다. 그럼 사자 친구는 서원이가 골라봐 했더니 얼룩말 해달란다. 얼룩말??? 아 이건 너무 어려운데 긁적이다 번뜩 '아. 초원도 물이 마르고 있지!' 전구가 켜지며 이야기시작되었다.


* 얼룩말을 따라 간 사자 가족들 *


[초원에 물이 마른 사자 가족은 몹시 목이 말랐어요. 하루는 물을 찾아 나서는데 저 앞에 부모 잃은 아기 얼룩말이 울고 있었지 뭐예요. 아빠 사자는 당장에 가서 잡아먹자고 했지만 엄마 사자는 그러지 말고 얼룩말의 엄마 아빠를 찾아줘서 물이 있는 곳을 찾자고 했어요.


그거 참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란 사자 가족은 아기 얼룩말을 데리고 다니다가 결국 가족을 찾아주었어요. 고마운 얼룩말 가족은 사자 가족에게 물이 가득한 곳을 알려주었어요. 사자 가족은 모두가 시원하게 물을 마시고 행복했답니다.]

아 또? 서원이가 친구 골라했더니 이번엔 하마다. 하마라... 하마는 물 먹는 건데... 그래 홍수!


* 홍수로부터 사자를 구한 하마 *


비가 많이 오는 어느 날, 사자가 물가에서 하마를 봤어요. 마침 배가 몹시 고팠던 사자는 하마를 잡아먹으려고 크어엉 달려들었어요. 그때 하마가 소리쳤어요.


"잠깐!"

"왜?"

"나를 잡아먹으면 넌 살 수 없을 거야."

"어째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정글에 홍수가 곧 닥칠 거야. 물에 잘 뜨는 내 등 위에 타는 게 좋을걸?"


하마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정글이 온통 물바다가 되었어요. 사자는 하마의 등에 올라탔어요. 하마는 물 위에서 어푸어푸 소리를 내며 물이 닿지 않는 곳에 사자를 내려주었어요. 사자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며 몇 번이고 하마에게 고맙다고 말했어요. 그 이후 사자와 하마는 좋은 친구가 되었답니다!]

마지막이란다 흐흙. 그래 또 누구 부를래 했더니 앵무새란다. 앵무새 앵무새 앵무새. 앵무새는 따라쟁이인데... 똑똑하기도 하지... 그래!


* 산불로부터 사자를 구한 앵무새 *


[옛날옛날 사자와 앵무새가 정글에서 마주쳤어요. 사자가 앵무새에게 "앵무새야 반갑다." 인사를 하자 앵무새는 "앵무새야 반갑다." 사자의 말만 따라 하고 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어요.

실망한 사자는 '거참 재미없는 친구로군' 생각하고 돌아섰어요. 그때였어요. 앵무새가 "산불산불" 하는 것이었어요. 사자가 그건 왜 자꾸 반복하니 물으니 앵무새는  똑같이 "산불 산불"만 외쳤어요. 이상한 친구네 생각한 사자가 무심코 뒤 쪽 산을 돌아보니 글쎄 앵무새 말대로 정말 커다란 산불이 정글로 몰려오고 있었어요.


정글의 왕 사자는 급히 동물들 모두를 불러 정글 밖으로 도망갔어요. 모든 동물 친구들이 사자는 역시 왕이라며 고맙다고 칭찬했어요. 그러자 사자는 웃으며 말했어요.


"너희를 구한 건 내가 아냐. 산불이 난 걸 미리 알려준 앵무새 덕분에 우리가 모두 살았어!"


그 때부터 앵무새는 산 속의 수많은 친구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답니다!]


이야기를 늘어놓고 보니  다 기후문제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마음 속에 품고 있었나 보다. 기후변화와 문제를 주제로 한 동화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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