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플레에게 온 불행과 행운을 빙그레는 어떻게 이용했을까?
이번주의 돈슐랭은 빙그레의 대표상품인 요플레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요플레가 떠먹는 요구르트 시장의 대표상품이란 건 압니다. 하지만 요플레가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외면 받고 밀려왔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은 적습니다.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처음부터 잘 팔린 상품은 아니라는거죠.
요플레가 국내에 들어온 것은 1983년이지만 5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거의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88년에 올림픽을 맞아서야 소비자들이 떠먹는 요구르트 시장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는데 정작 이때의 승자는 존버한 요플레가 아니라 한국야쿠르트의 슈퍼100이었습니다. 국내에 유산균 음료를 처음 전파한 선두주자 답게 프래시매니저를 앞세운 대면영업으로 업계 1위로 올라섭니다. 게다가 92년엔 매일유업의 바이오거트에도 밀렸고요.
여기에 또 악재가 터졌습니다. 불가리스가 등장하면서 발효유 시장은 떠먹는 요구르트에서 마시는 요구르트로 트렌드가 뒤바뀐거죠. 떠먹는 요구르트는 너무나도 짧은 전성기를 끝내고 시장 정체에 들어갔고 마시는 요구르트는 폭발적으로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덕분에 경쟁자들은 떠먹는 요구르트에 대한 관심을 접어버립니다. 한국야쿠르트 같은 경우엔 95년에 메치니코프를 성공시키고 난 후 슈퍼100을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했고요. 사실 떠먹는 야구르트가 96년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8년 후에도 시장 사이즈가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한국야쿠르트의 판단은 정확하긴 한거죠.
반면 빙그레는 그럴 여력이 안됐습니다. 80년대까지 만년 적자 기업이었던 빙그레는 92년에 한화그룹으로부터 독립하고 사업을 정리한 끝에 흑자전환은 했지만 여전히 취약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빙그레는 원래 아이스크림이 주력이자 핵심이었던 기업이었는데 아이스크림 매출이 90년대 중반들어 성장이 거의 멈춰버렸으니까요.
빙그레도 나름 마시는 요구르트 시장에 진출하고자 애썼습니다. 하지만 91년에 남양의 불가리스를 견제하기 위해 요플러스를 출시했다 참패했고 94년에 욥을 출시했다 또 참패했습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게 97년에 내놓은 닥터캡슐이었습니다.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확고하게 자리를 굳힌 상품이 없었고 늦은데다 요플레도 1위가 아니라 3위기에 떠먹는 요구르트 시장을 그대로 둔다는 개념 자체가 불가능한겁니다.
뭔가 대단한 선견지명이나 비전이 있어서가 아니라 당시 시장 상황과 빙그레의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거죠. 그래서 모두가 방치한,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시장에서 혼자 용을 쓴 결과 요플레를 1위로 만들고 떠먹는 요구르트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게 할 수 있었던거죠.
지금이야 2000년대 중반부터 다이어트 식단이 부각되면서 떠먹는 요구르트 시장이 급성장했으니 이 판단이 결과적으로 좋았다고 할 수 있는거죠. 그때 당시엔 누가 알았을까요?
빙그레의 또 다른 히트상품인 바나나우유와 함께 같이 보면 재미있는 부분들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바나나우유 얘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본 영상도 재미있게 봐주세요!
https://youtu.be/PfnZmEOe8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