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 Jul 03. 2022

어느 날 엄마가 멀리멀리 떠났다.

세상이 무너지고 나를 따뜻하게 감싸던 울타리가 사라졌다.

내 소울메이트, 내 세상, 내 가장 큰 사랑, 내 엄마가 떠나간 날은 많이 안정을 찾은 지금도 다시 회고하기엔 너무 가슴 아픈 기억이다. 다시 떠올리고 그날로 돌아가는 것에 고통스러움을 느끼고 있고, 그 고통 때문에 계속 외면하기도 미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 순간은 앞으로 내 삶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날이다.

내가 이 날을 영원히 잊지 않길 바라고,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내 영원한 사랑 박정숙의 존재를 잠시나마 알기를 바라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낸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글이 닿길 바란다.

그리고 한 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떤 이에게는 그나마 다행이다라는 안도가, 어떤 이에게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토닥임을 줄 수 있기를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이었다.

10일 뒤면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렘을 안고, 일주일 뒤면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두근거림을 안고 있던 날.

엄마 아빠가 보내주는 사진들을 보며 동생과 엄마 아빠 행복해 보인다며 기쁘게 웃었던 그다음 날.

내 소식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엄마가 생각나서 출근길 셀카를 가족 단톡방에 올린 평범한 날.

엄마는 그런 나에게 잘 다녀오라는 평소와 다름없는 엄마의 말투로 인사를 해준 날.

점심으로 가라아게 덮밥을 먹고 시시콜콜한 대학원 이야기를 나눈 뒤 회사로 돌아와 회의를 하던 그때.


엄마는 우리와 3일 전에 함께 산 예쁜 하아얀 수영복을 입고선 그 따뜻하던 심장이 매정히 멈춘 체 지구 반대편에 누워있었다.


그렇게 엄마가 영원할 기억 속으로, 시간 뒤로 사라졌다.




나는 가족을 너무 많이 사랑한 나머지 그들을 잃을까 봐 가슴 한편에 두려움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었다.

5월에는 어버이날도 있고 부모님의 결혼기념일도 있고 엄마의 생일도 있다.

나는 서울살이를 잠시 중단하고 본가로 내려가 부모님의 사업을 반년 간 돕기로 했었고, 5년 동안 떨어져 지냈던 엄마 아빠와 함께 살아야 했다.

우리는 정말 최고로 행복한 이번 연도의 5월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모두가 태어나서 가장 아픈 5월을 겪었다.


나는 정말이지 내가 지금껏 숱하게 빈 소원들이 어디로 날아갔는지 모르겠다.

언제든 어디서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가장 먼저 빌었었다.

감사일기에, 아침 명상에 난 항상 제일 첫 번째로 우리 가족의 존재에 감사했다.

진심으로.


가족을 애틋하게 여기는 내 마음은 가까운 친구들은 다 알고 있었다.

난 정말이지 우리 다섯 가족만 있다면 세상에 무서울 게 없었다. 그뿐이면 됐었다.


어쩌면 사람 사는 일은 기도로는 손 쓸 수 없는 일인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