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성에 젖고 싶진 않다.
휴일, 특히 일요일 저녁 같은 때.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할 수 없지만
자신의 위태로운 처지를 곱씹어볼 여유는 있는 그런 때,
벤은 자기 마음속 공포를 뚜렷이 자각했다.
알랭 드 보통, 「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우달임, (주)문학동네, 2012, p.64
사람은 생각보다 약아서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노력하고 눈치 살살 봐가면서 운과 가능성에 기대어 산다. 만약 성공하고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평생에 내일 딱 한 번밖에 없다고 하면,
우리는 잠이고 밥이고 만사를 제쳐두고 내일 그 한 번의 기회를 위해 오늘 하루를 올인할 것이다.
그런데 어차피 앞으로도 몇십 년은 더 살 테고, 살다 보면 언젠가 볕 들 날 오겠지,
좋은 기회가 생기겠지 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능성에 기대서
적당히 열심히 그리고 적당히 대충 살게 되는 것이다.
권유진, 「청춘, 쉽게 살면 재미없어」, RAONBOOK, 2020, p.190
누군가 내게 나직이 말하는 것 같았다.
"솔직해지자. 네가 원하는 것은 어쩌면 그냥 남을 탓하고 마치 인생 전체를 바친 희생자의 좌석에 앉아
누군가 네게 구호품 같은 행운 꾸러미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것의 속물적인 현현인 로또 같은 것도 있지."
공지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즈덤하우스, 2020, p.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