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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i Dec 30. 2021

[일상] 생각하지 않고, 기록하지 않는 시간들에 대하여

그 시간들은 다 어디로 흩어졌을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모든 계획들이 무너진다.

글쓰기, 책 읽기, 방 청소하기, 자기 계발하기, 이것 저것 알아보기...


하고 싶은 게 마구마구 떠올라 꿈틀대던 그 벅찬 감정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질투심에, 열등감에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며 오기가 발동했던 건 다 거짓말이었는지.

카카오톡에 저장해 놓았던 메모들, 다이어리에 휘갈겨 쓴 글씨도 다시 들여다볼 생각이 없다.


잠깐만 누워 핸드폰을 붙잡고서는 저녁 9시, 저녁 10시...

'아, 이제 잘 시간이다!'

모든 계획을 내일로 미루고 불편한 잠을 청한다.


그렇게 잊어버렸던 생각들과 다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날 내가 어떤 흥미진진한 걸 발견했었는지,

그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생각에 사로잡혔는지,

어쩌면 내 인생을 조금이라도 바꿔주었을지도 모르는 그 생각들이

그저 귀찮음으로, 망각으로 다 사라져 버렸다.


유튜브에서 다시 봐야지 하고 저장만 해놓은 영상들,

블로그에 비공개로 공유해놓은 게시물,

핸드폰 속 스크린샷들과 보고도 까먹는 네이버 캘린더 일정까지.


아, 이 많은 걸 언제 다 보지.

그렇게 2021년을 보낸다.


생각하지 않는 시간은 참 편하다.

진짜로 생각해야 될 걸 회피할 수 있으니까.

그러다가는 회피만 하다가 백발의 노인이 되겠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쓸 줄을 모른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나 스스로 흩어지게 만들었을까.

2021년을 보내 줄 준비가 안 됐다.


삶을 온전히 충만하게 살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생각하며 기록하는 시간을 확보하자.

내 기록이 되어줄 도구들도 외면하지 말자.


2022년 다이어리를 일찌감치 샀다.

2021년 다이어리는 무겁다는 핑계로 매일 들고 다니지도 못하였고

그 덕에 기록도 실천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가벼운 이 다이어리가 내 아날로그 피난처가 되어주었으면.


그러니까 이제 2022년이 되려면 하루밖에 남질 않았으니

내일은 곱씹어 곱씹어 충분한 생각들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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