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 & 문화 강령
거의 시간단위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지만, 잊고 싶지 않은 반짝이는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서 펜을 잡았다,는 아니고 브런치에 들어왔다.
몇 년 전쯤, 대표님께 우리 회사가 일하는 방식과 규칙에 대해서 명문화된 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한 적이 있었다. 아마 창업 후 4년 차쯤이었나. 우리가 어떤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인지 명확하게 룰이 있으면, 서로 갈등도 줄어들고 고민되는 순간들도 적어질 것 같았다. 개별의 사람으로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이나 조직으로써 우리가 어떤 유기체인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당시 대표님이 하셨던 말씀이 꽤 오래 기억에 남았었다.
"지금 문화 강령을 만드는 회사들은 다 십몇 년씩 된 회사들이에요. 문화 강령이라는 게 짧은 시간 안에 나오기가 어려워요.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강령은 안 만드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해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이러한 요의 대답이었다.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었는데, (나는 대부분의 대표님의 판단을 신뢰하므로) 그것이 몇 년이 더 흘러,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 사람들인지에 관한 세션을 듣는 날이 온 것이다.
"문제가 있을 때에는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켜서, 직접 이야기한다."
"서로의 강점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의 강점을 아는 것만큼이나 나의 강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강점을 알지 못한다."
"강점과 단점, 약점은 다르다. 단점은 보완하되 약점은 건드리지 않는다."
"언어는 힘이 있다. 부정적인 언어 습관은 조직에서 검은 잉크와 같다."
"당장의 맡은 일을 넘어서 일의 맥락을 이해한다."
하나의 culture code가 PPT에 띄워질 때마다 왜 이런 문장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민의 배경 설명이 이어졌다. 나의 안에서도, 이러한 '결과'로써의 문장이 나오기 전까지 목도했던 '과정'의 순간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서로의 강점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의 강점을 아는 것만큼이나 나의 강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강점을 알지 못한다."
"강점과 단점, 약점은 다르다. 단점은 보완하되 약점은 건드리지 않는다."
각자의 강점을 발굴하기 위해서 워크숍에 가서 '강점혁명' 질문지를 함께 풀어보고 각자 나온 강점에 대해서 설명했던 시간, 팀에서 누군가의 약점이 보였을 때 그 약점을 부끄럼 없이 드러내고, 사과하고, 보듬었던 순간, 강점이 없는 것 같아 혼자 의기소침했던 시간과 그 강점을 콕 짚어 동료가 말해줬을 때 빛이 비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언어는 힘이 있다. 부정적인 언어 습관은 조직에서 검은 잉크와 같다."
조직에서 힘든 언어를 마주했던 순간들, 그때 내가 했던 고민들과 대처했던 방법들. 팀을 나아가게 하는 언어와 가라앉게 만드는 언어들에 대해 했던 고민. 그 순간에 그 언어를 교정해 주는 것이 방법일 때도 있지만, 또 때로는 그 상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문제가 있을 때에는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켜서, 직접 이야기한다."
이렇게 이야기했을 때 이해할 수 없는 팀원은 우리 회사에 한 명도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해요.라고 설명을 덧붙이셨다.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켜서 직접 이야기하는 것, 이건 생각보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왜냐? 화술이 뛰어나야 해서가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이 문제라고 느끼는지, 이것이 상황적 문제인지 나의 마음의 문제인지, 객관적으로 메타인지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이것을 상대방에게 말해도 되는 사안인지/ 어떻게 말해야 하는 사안인지/ 이 대화를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가 정리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치는 것 자체가 난이도 높고 괴로우므로, 간편한 방식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기에 1) 예의를 지키지 않고 이야기하거나 2) 직접 이야기하지 않거나 3) 그냥 도피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창업 초기부터 대표님은 이 룰을 굉장히 강조를 많이 했었고, 여전히 강령의 선두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보니 반가운 조항이었다.
반면 조직이 성숙해 오면서 변화한, 혹은 뾰족해진 생각들을 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조직은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것들을 떠먹여 줄 수는 없는 곳이다. 내가 문제를 겪고 있다면, 이 문제를 규정하고,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아가야 하는 것은 나의 몫이며 이 initiative는 내가 져야 한다. 누구도 나의 문제를 먼저 제기해 줄 수는 없다. 이는 위의 "직접 예의를 지켜서 이야기한다" 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조직을 학교처럼 다녔던 나의 과거가 떠오르면서 약간의 부끄러움과 많은 고마움이 들었다...
더불어 창업 초기에는 모두가 모든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경제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던 반면, 이제는 회의에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이 이 회의에 꼭 필요했는가? 이 회의가 애초에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를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조직이 커감에 따라 '우리로써' 잘 일하기 위해, 부분최적화가 아닌 전체 최적화를 하기 위해서 모두의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만나보자'류의 회의를 줄이고 어젠다와 회의의 insight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더해진다. 이는 조직이 커가면서 정리된 새로운 지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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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을 들으면서, 사람이 여러 좌충우돌을 겪으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배운 것을 다시 unlearn 하고 새로운 가르침을 얻으며 재사회화를 하는 것처럼, 조직이라는 유기체도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힘은 문장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장 뒤에 있는 고민과, 고민해서 뚫어낸 경험이 있어야 문장은 비로소 힘을 갖는다. 그 고민과 돌파의 시간이 없는 문장은 그저 단어와 조사의 결합일 뿐이다. 내가 강령을 만들자고 제안했던 과거에는, 모호함을 안심시켜 줄 '문장'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시간이 지나 조직이 문화에서 고민과 돌파와 축적을 경험하고 자신 있게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인지를 설명하게 된 모습을 보니 감회가 무척이나 새로웠기에, 꼭 글로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들을 말과 글로 잘 담아내어 조직에 전달하는 것은 우리 리더의 정말 큰 gift 중에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