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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헌 Jun 24. 2021

[작문] 손바닥 소설 <사파리투어>

(늦었지만) 기생충과 빈곤 포르노

<사파리>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투어를 맡은 제시카입니다. 제시카 선생님이라 부르면 돼요. 오늘은 특별한 곳으로 탐방을 떠날 거예요. 혹시 여기 봉준호 감독님이 누군지 아는 사람 있어요? 아이구 다들 똑똑하네요. 네 맞아요, 몇 년 전에 큰 상을 받은 감독님이죠. 오늘은 바로 영화 기생충 촬영지를 둘러볼 거예요. 서울시에서 개발한 관광코스랍니다. 선생님이 비밀 하나 알려줄까요? 원래 정식 오픈은 내일인데, 여러분들 부모님들이 대단한 분들이라 여러분들이 제일 먼저 체험할 수 있게 됐어요. 오늘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들께 감사하다고 말하는 거 잊지 마세요!      


어머, 여러분들이랑 재밌게 얘기하다 보니 벌써 도착했네요. 여기는 아현동이랍니다. 앞에 ‘돼지쌀슈퍼’ 보이는 사람? 저기가 바로 기생충 영화에서 ‘우리슈퍼’로 나왔던 곳이에요. 신기하죠? 여러분 우리 이제 곧 내릴 건데, 내리기 전에 주의사항 몇 가지만 알고 갈까요? 이곳은 여러분들이 사는 곳처럼 안전한 데가 아니에요. 보다시피 버스 안에는 철창이 있어서 버스 안에 있을 때는 안전하지만, 밖에 나갈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해요. 여러분들 사파리에서 곰 본 적 있어요? 곰들은 재롱 피우다가도 화가 나면 엄청 무섭게 변해요. 여기 있는 사람들도 그런 폭력성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아이고 우리 친구 눈물 뚝. 그렇게까지 걱정할 건 없어요. 여러분 어머님들이 신신당부해서 여기 경호원 아저씨들이 여러분들이랑 같이 있을 거예요. 그럼 우리 내려볼까요?     


친구들, 여기가 기택이네가 살던 반지하 집이에요. 정말 창문으로 집 안이 훤히 잘 보이죠? 기택이는 어딨냐고요? 기택이는 지금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어요.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답니다. 여기 골목에 반지하 집이 세 개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세요. 아 참! 너무 빤히 쳐다보면 안에 있는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조심하세요. 친구 무슨 질문 있어요? 아, 왜 가운데 집 가족들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냐고요? 글쎄요. 정확한 이유는 선생님도 모르겠지만,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게으른 경우가 많아요. 몸이 안 좋을 수도 있고요. 여기 사람들은 병에 걸려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않고 그냥 누워있는 경우가 많아요. 병원 가기 싫은데 부럽다고요? 하하하. 어머! 친구 거기서 뭐 해요! 갑자기 암막커튼을 쳐서 화가 났어요? 그럴 때는 조심스럽게 창문을 여러 번 똑똑 두들겨 보세요. 이렇게 남의 집 창문에다 오줌 싸면 못써요. 계획이 다 있다고요?      


우리 마지막으로 기념사진 찍을까요? 여기 피자박스 하나씩 들고 가서 포즈 취해보세요. 네 수고했어요! 여러분 오늘 어땠나요? 소감 한마디씩 해볼까요? 우리 집은 너무 높은데 여기 살면 편하겠다고요? 여기 살면 창문으로 사람들 구경할 수 있어서 재밌겠다는 의견도 있네요.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는 게 보기 좋았다는 친구도 있고요. 네, 여러분들 의견 모두 맞아요. 여기 와서 반지하 집을 처음 볼 수 있어 새로웠죠? 이렇게 다른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여러분들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가난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길 바라요. 그리고 이 모든 게 서울시에서 이런 투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거 잊지 말고요. ‘반지하 집 1박 2일 체험’ 코스도 만들고 있으니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많이 알려주세요.      


정말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하고 끝낼게요. 여러분 기생충에 나오는 돌 알아요? 수석이라고 불리는 돌이에요. 네, 이 돌을 저희 투어 홈페이지 사이트에서 팔고 있어요. 이 돌은 나쁜 기운을 쫓아주는 기운이 있어서 이 돌만 있으면 여러분들이 이런 곳에서 살 일을 없을 거예요. 지금 특별 할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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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기생충>에 이어 <미나리>도 오스카 쾌거! 서울시 기생충 관광코스에 이어 이민자 마을을 체험할 수 있는 미나리 관광코스도 개발 중. 


END


* <가난사파리>를 읽다가 문득 기생충 관광코스 개발 기사가 떠올라 쓴 허구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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