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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헌 Jun 16. 2021

[작문] 손바닥 소설 <코리안 드림>

<미나리> 가족과 <펜트하우스> 주단태가 만나다.

<코리안 드림>


화재로 농작물을 모두 잃고 순자와 제이콥 모니카 가족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깨달았다. 아메리칸 드림은 허구였다. 앞으론 착실히 농사를 짓기로 했다. 땀 흘린 만큼 정직하게.   

  

그들은 청주 흥덕군에 자리를 잡았다. 다 쓰러져 가는 시골집과 100평 남짓한 농지가 그들이 가진 전부였다. 순자는 여기서도 미나리를 심었다. 제이콥은 미나리는 돈이 안 된다며 불만이라 했지만, 적극적으로 막진 않았다. 그들은 미나리에 자신들을 투영했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 했다.     


그들의 행복이 깨진 건 옥랑 할매가 대뜸 찾아온 그날부터였다. 옥랑은 순자네 길 건너에 사는 이웃이었다. 텃세가 심한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이었다. “혹시 그 사람들이 찾아왔는가?” 옥랑은 시시한 얘기를 늘어놓더니 대뜸 물었다. 모니카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 검정 양복 입은 높으신 양반들 있잖혀.” 모니카가 고개를 젓자 옥랑은 볼일이 끝났다는 듯 자리를 떴다. “아직 안 왔는가벼. 여튼 우리 동네 사람들은 이미 다 합의했으니까. 그쫙도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혀.”      


며칠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들’아 찾아왔다. 주단태와 이규진이라 했다. 그들은 땅을 자신들에게 팔라했다. “저흰 여긴 팔 생각 없어요.” 모니카가 나섰다. 그러자 남자는 예상했다는 듯, “알겠어요. 7:3까지 맞춰 드릴게요.” 그들은 자신들에게 이 땅을 맡기면 10배로 불려주겠다 했다. 조건은 하나였다. “여러분은 그냥 아무 말 안 하시면 돼요. 누가 물어봐도 절대.” 남자에게 어디선가 돌이 날아왔다. “Get out of here.” 순자 뒤에 숨어있던 데이빗이었다. 제이콥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사기 당한 적 있는 제이콥은 그들을 믿지 않았다. 쟁기를 들고 그들을 내쫓았다. “우린 우리가 농사 지어서 알아서 잘 먹고 살겁니다.”    

 

얼마 뒤 그들이 사는 흥덕구에 미래 산업 단지가 들어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정부는 땅을 사들이며 보상금을 지불했다. 특히 나무가 심어져 있는 농지는 보상금을 몇 배로 받았다. 옥랑은 소위 ‘대박’나 거액을 받고 이곳을 뜬다 했다. 몇 달 전만 해도 벼가 가득했던 옥랑의 논에는 이팝과 메타세콰이어 묘목이 가득했다. 순자네 농지는 채소 밭이라 보상금을 얼마 못 받는다 했다. “그니까 내 말 들으라니까.” 옥랑이 떠나기 전 순자에게 말했다. 옆에는 미련하다는 듯 비웃는 그 남자들이 있었다.     


“우리 정직하게 먹고 살기로 했잖아. 우리 힘으로.” 순자는 애써 별일 아니라는 듯 가족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곳엔 밭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제이콥이 있었다. 제이콥은 생각했다. 미국이나 이곳이나 정직하게 살면 바보가 될 뿐이다. 나는 아메리칸 드림을 놓쳤다. 코리안 드림이 여기 있다. 이것마저 놓칠 수 없다.     


제이콥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윽고 밭에 도착한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밭에 심어진 미나리를 닥치는 대로 뽑기 시작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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